[이데일리 김유정 기자] 롤렉스, IWC 등 명품 시계 브랜드가 모여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관 2층 시계 매장에는 혼자서 쇼핑 온 남성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시계에 대한 관심과 안목이 점차 높아지면서 명품 시계는 예물이나 평생에 하나 장만한다는 인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고가의 명품 시계는 여성들의 명품 핸드백 만큼이나 대표적인 남성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롤렉스 관계자는 “과거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가의 시계를 구매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며 “객단가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성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패션에 대한 남성들의 씀씀이가 커지는 등 남성들이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남성 소비자 매출은 2007년 이후 꾸준히 늘더니 작년에는 30%를 넘어섰다. 롯데백화점 역시 2007년 전체 23.6%에 그쳤던 남성 매출이 5년만에 30%를 돌파했다.
화장품 시장에서도 남성은 주요한 소비 주체로 자리잡았다. 미용과 패션에 지출을 아끼는 않는 남성들을 지칭하는 이른바 ‘그루밍(Grooming)족’ 등장과 함께 지난해 남성 화장품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이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날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남성 스킨케어 시장 매출 1위로 추산되고 있고, 올해 남성용 화장품시장 규모는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통업계의 대응도 발빠르다. 현대백화점은 이례적으로 1층에 남성 매장인 ‘루이비통 맨즈 유니버스(Men’s Universe)‘를 입점시켰다. 여성용 화장품과 명품브랜드들로 채워지는 백화점 1층에 남성 매장이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주부들이 꽉 잡고 있던 홈쇼핑 시장에서도 남성 고객 모시기는 예외가 아니다. GS샵은 점차 비중이 커지는 남성 고객들을 겨냥해 레포츠와 아웃도어 의류을 앞세워 ‘남심(男心) 사로잡기’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 12월 GS샵이 판매한 휠라·아디다스 등 ’터틀넥 티셔츠 세트‘는 한달간 여성용이 2만3000세트 팔리는 동안 남성용은 7만7000세트가 팔렸고, 지난해 10월 론칭한 프리미엄 울 전문 브랜드 ‘쏘울(SO, WOOL)’의 남성용 자켓과 코트는 8회 방송만에 4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신진호 GS샵 홍보팀장은 “과거에 남성들은 홈쇼핑의 틈새 시장 정도로 여겨져왔지만 점점 홈쇼핑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다양한 상품으로 남성 고객을 공략해 시장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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