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이 선택한 횟감은 바로 ''멸치''

제 14회 기장 멸치 축제 3일간 대변항서 개최
  • 등록 2010-04-23 오후 12:00:00

    수정 2010-04-23 오후 12:00:00

▲ 기장 대변항에서 잡아올린 왕멸치
[조선일보 제공] "어이 총각!! 멸치 회 먹고 가이소~ 한 사라 푸짐하게 썰어 주께예"

지난 주말, 부산시 기장면 대변항. 손님을 잡으려는 아지매(아줌마의 부산사투리)들의 정감 넘치는 목소리가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기장멸치축제가 4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열려 42만 명의 인파가 몰렸기 때문이다.

작은 통통배부터 중형의 고기잡이배까지 전형적인 시골 어촌마을인 대변항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포구를 둘러싼 수많은 가게에서는 생멸치가 일렬로 줄을 섰고, 잘 다듬어진 멸치회와 멸치젓갈을 판매하고 있었다.

포구 초입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손님을 맞이하던 이순복(49, 대변상인)씨는 멸치젓갈을 담고 있었다.

"우리 대변항은 봄하고 가을에 멸치잡이를 나가는데 그중에도 봄에 잡는 멸치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압니까. 멸치회도 하나도 안 비리고 젓갈 담아 놓으면 살이 다 녹아가 가을엔 액젖이 된다 아입니꺼~ 고리원자력본부하고 기장군에서 애써 축제까지 열어주니 오늘은 살 맛 나네요"

구수한 사투리로 기장멸치 자랑하시던 아주머니는 생멸치를 즉석에서 소금만 뿌려 담가주기도 한다. 시세는 보통 30kg당 4만원에서 5만원 사이다.

멸치는 신경이 불안정해져 불안과 우울함에 시달기기 쉬운 사람들에게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멸치에 함유된 칼슘이 혈액의 산성화를 막아주고 신경 전달을 원활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기장 특산물인 미역과 디시마도 인기다. 기장의 특산품들은 조선시대 세종12년 각 관이 진상품에 대한 것을 규정하는 법으로 바뀌면서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다.

포구 안쪽 기장군 부녀회가 운영하는 멸치요리 전문점에서 멸치회를 맛 볼 수 있었다.

금방 잡아 올린 멸치의 대가리와 뼈, 내장 등을 제거하고 살만 발라 낸 멸치회, 갖은 야채와 초장과 버무린 멸치회무침, 손질된 멸치에 튀김옷을 입혀 바삭 튀겨낸 멸치튀김까지 멸치요리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울산에서 축제를 찾은 윤기원(77)씨는 "제가 원래 생선을 못 먹는데 지난 축제 때 우연히 멸치 회를 맛보고 그때부터 즐기기 시작했다"며 "비린 맛이 전혀 없는데다 대변항에서 직접 잡아 바로바로 손질해 주니 끝내준다"며 멸치 회를 한 젓가락 크게 잡아서 한 입에 넣었다.

▲ 기장멸치축제에서는 다양한 멸치요리를 즐길 수 있다. 좌측부터 멸치회, 멸치튀김, 멸치회무침

축제기간 동안 매일 정오가 되면 멸치회를 무료 시식하는 코너도 마련됐다. 무료 시식인 만큼 많은 인파를 예상하고 질서 유지를 위해 고리원자력본부 자원봉사대가 나와 있었다.

고리원자력본부 사회봉사과 안장훈 과장은 "저희 본부가 있는 지역에서 축제가 열리는데 당연히 나와서 도와야지요" 라며 "사내 봉사단이 5년째 지역 축제에 참여하고 있는데 특히 인파가 많이 몰리는 기장멸치축제에서 저희 아니면 질서유지 할 인원이 없죠."라며 자신있게 말했다.

기장 멸치 축제에서는 만선한 배가 항에 들어와 멸치털이를 하는 모습도 진풍경이다.

"어~ 야어~야, 어요디요 어요디요.."

어부들은 연신 반복되는 추임새를 넣어가며 10명씩 좌로 줄지어 그물을 털어냈다. 그물위에서는 멸치들이 '파닥파닥' 튀며 허공으로 한껏 날아올랐다가 사방으로 떨어진다. 멸치냄새 맡은 갈매기 떼들은 어부들 뒤에서 포식을 기대하고 있다.

열심히 멸치를 터는 어부에게 멸치털이를 묻자 "이렇게 해서 멸치 내장 빠져야 씁쓸한 맛이 없어지지~"라며 특유의 억센 말투로 말했다.

주로 새벽에 나갔던 배가 아침 9시쯤 대변항으로 돌아와 그물에 빼곡하게 걸려 있는 멸치를 털기 시작한다.

멸치잡이배 안에서는 그렇게 우수수 떨어져 쌓인 왕 멸치를 삽으로 퍼서 갈색 플라스틱 대야에 수북이 담는다. 그 후 소금을 뿌려가며 비닐포대에 담기만 하면 곧장 젓갈용으로 탈바꿈한다.

▲ 만선인 배가 항구에 도착하면 멸치털이를 한다.

기장멸치 축제 이한우 이원장은 "기장의 멸치는 국내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수확량이 많다"며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수심 200m의 대륙붕에 떼 지어 서식하는 멸치를 맛볼 수 있는 시기가 딱 지금이다" 라고 말했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기장멸치축제는 '열린 바다, 풍요로운 고장, 항상 가고 싶은 곳, 기장대변!' 이라는 주제로 봄철 특산물인 멸치와 미역, 멸치젓갈 등을 관광객들에게 알리고자 개최됐다.

이번 축제는 기장멸치축제추진위원회가 주최하며 부산광역시,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자력본부 등이 후원한다.

▲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가게에서 멸치요리를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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