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여정 “미국에나 필요한 북미정상회담 올해 없다”(종합)

연내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일축…“우리에게 무익”
“비핵화 않겠다는 게 아냐, 중대조치 함께 있어야”
크리스마스선물, 美에 달려…적대시정책 철회 요구
“김정은, 트럼프에 좋은 성과 기원”... 친분 강조도
  • 등록 2020-07-10 오전 8:09:01

    수정 2020-07-10 오전 8:10:54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0일 연내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비핵화 의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에 상응하는 중대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2박 3일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본으로 떠난 바로 다음날 김여정 제1부부장이 미국을 겨냥해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북미)수뇌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사진=연합뉴스).
그는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북미정상회담이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전혀 비실리적이며 무익하다”고 했다.

그 근거로는 “우리의 시간이나 때우게 될 뿐이고 그나마 유지되어오던 수뇌들 사이의 특별한 관계까지 훼손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쓰레기 같은 볼턴(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예언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김 제1부부장은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도 한쪽 문을 열어놓았다. 그는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상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또 “타방의 많은 변화라고 할 때 제재 해제를 염두한 것이 아님은 분명히 찍고 넘어가자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올해가 지나 북미 정상회담 재개될 경우, 지난해 2월 노딜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영변 폐기-일부 제재 해제’ 카드를 재논의할 생각이 없음도 분명히 했다. 이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에 새 임기를 시작하는 행정부와 협상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나는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노이 회담탁에 올랐던 일부 제재 해제와 우리 핵개발의 중추신경인 영변지구와 같은 대규모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다시 흥정해보려는 어리석은 꿈을 품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향후 북한의 군사적 행위와 관련, “미국은 대선 전야에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전적으로 자기들이 처신하기에 달려 있다”, “우리를 다치지만 말고 건드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편하게 흘러갈 것이다”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은 현재 북미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생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우리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간의 특별한 친분관계가 톡톡이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북미 정상 간 친분을 언급했다. 특히 “(김정은)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건 부장관은 2박 3일간의 방한 일정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할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우리는 북한과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향해서는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있다”고 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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