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부실 지방공기업, 지자체 재정지원에 의존"

1970년 7개 지방공기업, 2015년 1월 기준 400개로 증가
"지방공기업 재정지원 투명한 기준 만들어야"
  • 등록 2015-09-13 오전 11:00:43

    수정 2015-09-13 오전 11:00:43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무분별한 지방공기업 설립과 경영부실로 인해 지방자차단체 재정이 잠식되고 있어 중앙정부의 이전재원 증대 등 세수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의 ‘지방공기업 남설과 부실화’ 보고서에 따르면 1969년 ‘지방공기업법’ 제정 이후 1970년 7개였던 지방공기업이 올해 1월 기준 400개로 증가했다.

지방공기업 수의 증가는 지방 간 격차를 완화하고 지방공공재와 서비스를 균형 있게 공급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지방공기업의 기능과 역할이 중복돼 낭비와 비효율성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들 지방공기업의 부채규모는 2005년말 23조7000억원에서 작년말 73조6000억원으로 10년 만에 약 3.1배 증가했다.

김영신 한경연 연구위원은 “도시공사의 경우 해당 지역의 사업만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도 시·군 기초단체도 각종 공기업을 설립해 지역개발 사업 등에 참여한다”며 공공조직 확대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기업에 대한 재정건전성 기준이라면 시장에서 퇴출됐을 법한 부실 지방공기업도 지자체의 재정지원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2014년 기준 3년 연속 적자를 보인 지방공기업은 168개로 전체 지방공기업에서 42.2%를 차지했다.

도시철도의 경우 모두 적자를 기록했고, 하수도 사업도 만성적인 적자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도시철도의 무임승차손실(4052억원)과 하수도의 낮은 요금현실화율(35.2%) 등에 주로 기인하고 있다.

허원제 한경연 연구위원은 “지방의회와 지자체가 지역주민들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과 물가안정의 명분 아래 지방 공공요금을 통제하고 있다”며 “왜곡된 요금의 공공서비스 과다 사용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익자가 적절하게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16개 광역지자체(세종특별자치시 제외)의 지방공기업 재정지원과 보통교부세와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지자체의 지방공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이 많을수록 보통교부세를 많이 교부받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통교부세는중앙정부에서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에 교부하는 재원인 지방교부세의 80∼9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자체의 자율적인 편성·운용이 가능하므로 산하 지방공기업에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 재정수요액 대비 재정수입액이 부족한 지자체에 부족액을 기초로 매년 산정·교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의 지방공기업에 대한 지원금 비율을 1%포인트 늘어났을 때 세입대비 보통교부세의 비율이 약 0.03%포인트 증가했다. 지방공기업의 남설과 경영부실이 지자체의 지방공기업 지원금(출연·출자·자본전출금 등)을 확대시키면 지자체 재정이 위축되기 마련이고, 위축된 지자체 재정을 일부 보전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보통교부세 교부량이 증대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경연은 “이는 지방공기업의 문제가 지자체의 재정 잠식은 물론, 절약가능한 중앙정부 이전재원의 증대까지 유발해 결과적으로 세수의 낭비를 초래하는 요인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라며 “지자체의 무분별한 지방공기업 설립과 부실경영이 지방재정은 물론 중앙재정의 어려움마저 가중시키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지방공기업이 경영효율을 꾀하고 누적된 부채를 줄이려는 다각적 노력을 한다 할지라도 근본적으로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애쓸 유인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지방공기업은 지자체의 재정지원에 기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경연은 “지방공기업 경영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의회의 정치적 개입을 최소화해야 하고 지자체의 재정지원에 대한 투명한 기준을 만들어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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