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진도 여객선 침몰 당시 290여명의 승객을 남겨두고 배에서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선장 이준석(69)씨는 선원법 위반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뒤에도 뻔뻔스러운 주장을 해 비난을 받고 있다.
이씨는 19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와 “(사고 현장은) 조류가 상당히 빠른 곳”이라며 “수온도 차고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퇴선하면 상당히 멀리 떠밀려 간다”고 말했다. 승객 안전을 위해 배 안에서 대기하라고 방송했다는 주장이다.
16일 사건 발생 신고(8시52분)가 있은 뒤 배가 완전히 침몰(10시29분)할 때까지는 적어도 2시간 37분이란 시간이 있었다. 전문가들이 승객을 대피시킬 시간이 충분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실제로 선실 밖으로 나온 승객들이 구조되기 시작한 시각은 9시30분이다. 이준석 선장도 이 때 구조됐다.
선장뿐 아니라 승무원들도 승객들을 외면한 채 먼저 탈출했다. 이들은 선장의 탈출 명령을 받은 뒤 승객들에겐 퇴선 방송을 하지 않고 배를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장·항해사·기관사·조타수 등 배의 구조를 가장 잘 하는 선박직 15명이 모두 생존했다. 이 때문에 단원고 학생들은 325명 중 23%(75명)만이 구조됐지만, 승무원들은 69%(20명)가 탈출에 성공했다.
해외 언론도 선장과 승무원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20일 인터넷판에서 “세월호 선장이 승객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것은 자랑스런 전통을 더럽힌 것”이라며 “1912년 침몰한 타이타닉호 선장이 배와 운명을 함께 한 이후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 한다’는 전통이 세워졌지만, 2012년 이탈리아 콩코르디아호 선장과 2014년 한국의 세월호 선장은 공포에 질린 승객보다 자신들의 목숨을 앞세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