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꽃 한송이? 에이, 단순하시긴…

국내 젊은 작가들의 ''우상'' 김홍주 개인전
  • 등록 2010-04-20 오전 11:26:00

    수정 2010-04-20 오전 11:26:00

[조선일보 제공]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 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홍주 개인전〉은 작가의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품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홍주(목원대 교수)는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970년대부터 회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온 작가로, 국내 젊은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작가는 작년 '아르코미술관 대표작가전' 시리즈에서 '2009년 작가'로 선정됐고, 일본 후쿠오카 시립미술관과 뉴욕 퀸즈미술관 전시 등 해외에서도 활발한 전시를 벌여왔다. 국내 미술계에서 김홍주의 존재감이 강한 이유는 그의 작품이 회화의 근본문제뿐 아니라, 인간 인식에 대한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데 있다.

▲ 김홍주의〈무제(2009)〉. /국제갤러리 제공

1970년대 중반 극(極)사실 작품을 들고 나온 김홍주는 1978년 '한국미술 대상전'에서 최우수 프론티어상을 받으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창틀이나 거울 같은 오브제에 이미지를 그려 넣어 가상과 현실이 무엇인가 되돌아보게 하는 '오브제 회화'로 잘 알려졌다. 그는 1970년대 서울 청계천이나 신당동의 고물 시장을 돌며 폐품으로 나온 낡은 창틀이나 거울 등을 모아 그림을 그렸다. 산업화와 고도성장이 진행되는 시기에 현실을 향해 던지는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홍주는 격변의 시기를 지나면서 일정 그룹에 묶이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보여줬다. 작가는 1990년대에는 초서(草書)체처럼 보이는 '문자 그림', 2000년대는 쉽게 부를 수 있는 '꽃 그림'을 보여줬다.

이번 개인전에는 문자 그림과 꽃 그림을 중심으로 21점이 전시되고 있다. '문자 그림'은 언뜻 문자처럼 보이지만 한발 다가가 보면 밭고랑처럼 느껴지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이고 섬이 모인 풍경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얼핏 보면 오물 같기도 해 인간의 감각을 조롱하는 듯하다. 커다란 캔버스 위의 꽃 그림은 세필(細筆)로 그려 식물의 모세관이 살아있는 듯하다.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수백 개의 꽃이 모여 있거나, 산과 계곡의 풍경이 모여 꽃 형상을 이루고 있다. 분명한 것은 작가의 세밀한 붓 터치이다. 조형미 자체를 추구하기보다 붓글씨같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그리기를 통해 정신적인 면과 물질적인 면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보여지는 이미지를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매너리즘에 빠진 우리의 인식을 은근히 꼬집고 있다. 전시는 30일까지 이어진다. (02)733-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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