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폐허 앞에 선 ''원시의 누드''

신예 사진작가 김미루 전시회
  • 등록 2009-08-24 오전 11:23:00

    수정 2009-08-24 오전 11:23:00

▲ 신예 사진작가 김미루
[조선일보 제공] "도시를 해부(解剖)해 보고 싶었어요."

신예 사진작가 김미루(28)의 작품에는 뉴욕의 버려진 지하철역이나 사용하지 않아 녹이 슬기 시작한 발전소 등이 등장한다. 김미루는 과거에는 대단했지만 이제는 버려진 장소에 잠입해 이를 배경으로 자신의 누드를 직접 담아낸다. 김미루의 《나도(裸都)의 우수(憂愁)》전(展)은 쓸쓸하고 기괴하기까지 한 도시의 폐부가 어떻게 인간의 온기를 받아 되살아나는지 볼 수 있다.

김미루가 거대한 도시의 해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에서 의과대학원을 진학하려 했던 지난날이 깔려 있다. 컬럼비아대학에서 불문학을 공부하고 의과대학원을 준비하던 중 '의사는 일생 동안 행복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미술로 전공을 바꿨다. 그는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했지만 대학원 졸업 무렵 카메라를 들고 또 한번의 반전을 꾀했다.

동물 중에서도 쥐를 유난히 좋아했던 김미루는 뉴욕 지하철역에서 쥐를 카메라에 담다가 지하철역을 뒤지게 되었다. 버려진 역이나 터널 등을 탐험하는 무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들처럼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는 공간을 찾아나섰다. 캐나다의 문 닫은 맥아공장이나 맨해튼 다리 위, 파리의 지하납골당 등이 그런 곳이다.

▲ 김미루의〈리치몬드 발전소〉.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옛 발전소를 사진에 담았다. 작품 속 인물은 작가 자신이다./갤러리현대 제공

작가는 사진 속 인물이 '김미루'가 아니라 '미상(未詳)의 모델'이라고 말했다. '미상의 모델'은 도시의 무의식을 탐험하는 존재를 나타내며, 이 세상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 또는 늑대 소녀처럼 원시적이며 본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의 신체가 공간과 교감하고, 발전소나 공장 등 인간이 만든 공간이 폐허를 지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미루의 〈맨해튼 다리 위〉 같은 작품은 "합성한 사진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만큼 높은 다리에 올라가 작업한 작품이다. 작가가 작품의 프레임을 맞춘 뒤 타이머를 이용해 셔터를 눌러 만든 작품이다. 작업의 대부분은 위험한데 파리의 지하납골당은 길을 잃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미로였다. 미국의 철로 위에선 시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김미루는 "어렸을 때는 겁이 많고 더러운 것도 참지 못했는데 사진 작업을 하면서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미루가 주목받는 데는 도올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의 딸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작가는 "부모님이 작품활동에 대해 특별히 반대하는 것은 없다"고 했다. 전시는 서울 강남 갤러리현대에서 25일부터 9월 13일까지 열린다. (02)51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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