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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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27일(현지시간) 제76회 미얀마군(軍)의 날 하루에만 군경의 무차별 진압에 100명 이상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군경의 무차별 학살이 이어지자 민주진영에선 소수민족 무장반군과 손을 맞잡아 무장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얀마가 ‘내전’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미얀마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 등 외신에 따르면 최대도시 양곤을 비롯해 만달레이·사기잉·바고·마그웨·카친 등 40여개 도시에서 미얀마 군경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나우는 이날에만 9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소셜미디어(SNS) 상에선 사망자가 100명이 넘는다는 게시물이 퍼지고 있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하루 기준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것이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26일)까지 군경의 강경 진압에 따른 희생자는 328명이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 총선 당선자들의 모임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임명한 사사 유엔 특사는 온라인 포럼에서 “군부 수치의 날”이라고 규정한 뒤 “군부 장성들은 3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을 죽여놓고 군의 날을 축하했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날 군부는 군인·무기를 대거 동원한 열병식을 거행, 힘을 과시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TV연설에서 “안정·안전을 해치는 폭력행위는 부적절하다”며 현 상황의 책임을 시위대 측에 전가했다.
대내외의 분노가 치솟는 가장 큰 이유는 군경의 무차별 유혈진압 대상에 어린이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현지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7살, 10살, 13살 어린이가 총격에 희생됐다고 썼고, 로이터통신은 사망자 중 5살 어린이가 포함됐다고 적었다. SNS엔 총격을 입은 어린아이들의 사진·동영상이 퍼졌다.
국제사회의 규탄 목소리가 커진 배경이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버마(미얀마) 보안군이 자행한 유혈 사태에 충격을 받았다”고 썼다. 미얀마 주재 미국대사인 토머스 바이다는 “어린이들을 포함한 비무장 민간인들을 살해하는 것은 소름 끼친다”고 군부를 비판했다.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트위터에서 어린이들을 비롯한 민간인들에 대한 살인을 규탄하고 “이 분별없는 폭력을 종식하기 위해 국제사회 동반자들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CRPH가 주도하는 민주진영이 소수민족 반군과 손잡아 공동 무장투쟁을 벌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 무장반군인 샨족복원협의회(RCSS)의 욧 슥 의장은 로이터에 “군부가 계속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고 사람들을 괴롭힌다면 모든 소수민족 그룹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경우 미얀마는 ‘내전’이란 최악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또 다른 반군 중 하나인 카렌민족연합(KNU)의 파도 소 무투 사이포 의장도 “군경의 시위대 공격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 이라와디는 “미얀마 내 가장 유서깊은 KNU의 압박은 흘라잉 사령관을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NU는 쿠데타 전까지 군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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