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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유의미한 상황 변화의 움직임도 없지 않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총력전에 나섰지만 대화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 모두 상대방의 백기투항을 전제로 했지만 공식 보도자료에서 ‘대화’라는 표현을 언급한 게 이례적이다. 이는 이전의 강대강 대치 국면과 뚜렷이 대비되는 모습이다. 역설적으로 양사 갈등이 정점에 이를수록 대화의 문은 오히려 가까워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LG화학 vs SK이노베이션 소송전 악화일로…격한 표현에 감정적 대립
양사의 소송전은 ‘살벌’ 그 자체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감정적 대립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기술유출 건으로 미국 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데 이어 8월말 SK이노베이션도 특허 침해 제소라는 ‘맞대응 카드’를 꺼내들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이후에도 양사간 감정적 대립도 치열하다. 자칫 하다가는 SK그룹과 LG그룹의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양사간 배터리 전쟁과 관련해 특허기술 침해 논란뿐만 아니라 양 그룹간에 대외적으로 공개하기 힘든, 말 못할 속사정이 있지 않느냐는 억측까지 나올 정도다.
공식 보도자료 통해 ‘대화’ 언급…추석 이후 대화의 문 열릴까?
다만 양사가 최악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재개 일각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간 통큰 결단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상대방을 공격하는 초강경 기조의 보도자료를 내면서도 말미에는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따라 이르면 추석 연휴 이후 어떤 식으로든 양사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부 역시 사태 장기화 시 정부 차원의 중재카드를 고려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두 기업이 대화의 여지를 보여준다면 중재를 위한 판을 깔 것”이라고도 언급하기도 했다.
LG화학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양사는 CEO 회동을 추진하는 등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만약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 신속하게 결과가 나오는 ITC를 통해 이를 명백히 밝혀 기술력을 인정받는 계기로 삼으면 된다. 반면 잘못이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양사가 진지하게 대화하고 정당한 보상을 논의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 고위관계자 역시 “LG화학과 LG전자는 소송 상대방 이전에 국민적인 바람인 국민경제와 산업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 의미가 더 크며 이게 SK 경영진의 생각”이라며 “지금이라도 전향적으로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판단해 대화의 문은 항상 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