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금융돋보기]'누구나 대출가능?'…대부업 대출 승인율 20%

  • 등록 2015-03-28 오전 11:00:00

    수정 2015-03-28 오전 11:00:00

(사진=웰컴론 홈페이지 캡처)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대부업체가 내건 광고를 보면 대부분 비슷합니다. ‘누구나 대출 OK’ ‘주말 당일송금 가능’ ‘쉽고 빠른 간편대출’과 같은 문구가 주로 달려 있습니다. 자극적이긴 하지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쉽고 빠르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광고도 있습니다. ‘버스와 지하철만 탈 수 있나. 바쁠 땐 택시도 타야지’

정말 광고처럼 대부업체에 가면 누구나 돈을 빌릴 수 있는 걸까요. 현실은 광고와 많이 다릅니다. 현재 민간 신용평가 회사인 나이스(NICE)신용평가란 회사가 대부업체의 대출정보를 관리합니다. 이 회사가 대부업체 90여 곳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대부업체 대출 승인률은 23.9%입니다. 예컨대 급전이 필요해 대부업체를 찾은 10명 중 8명은 퇴짜를 맞았다는 얘기입니다.

대부업체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얘기합니다. 대부업 이용자들의 평균 신용등급은 7.8등급입니다. 저신용자들이 주로 찾는 만큼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대부업체로선 돈을 떼일 가능성이 큽니다. 대부업체들이 300만원 안팎의 소액대출만 취급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대부업체들은 대출자가 다른 금융기관에 연체한 적이 있거나, 신용이 좋더라도 실직 상태면 대출을 해주지 않습니다.

물론 항상 이랬던 건 아닙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대부업 대출 승인율은 최고 70%에 달했습니다. 정말 신용이 나쁘지 않는 이상 대부업체에서 대출받는 게 어렵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2010년 들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정부가 대부업체의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법정 최고금리는 연 66%에 달했습니다. 예컨대 100만원을 빌려주면 이자로 최고 66만원을 챙겼습니다. 대부업체로선 돈을 못 갚는 대출자가 생겨도 이를 상쇄할 만큼 이자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많다 보니 굳이 대출자를 꼼꼼하게 가릴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법정 최고 금리가 연 34.9%로 내려가면서 대부업체들도 영업 방식을 바꿨습니다. 대출자의 신용을 깐깐하게 따지기 시작한 겁니다. 이자수익이 내려간 만큼 빚을 못 갚는 사람이 늘어나면 대부업체로선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재선 대부업협회 사무국장은 “현재 업체들이 상당히 노력한 끝에 연체율이 10%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만약 연체율이 20%를 넘기면 업체들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며 “대출자의 신용을 꼼꼼히 따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사진=러시앤캐시 TV광고 캡처)
대부업체들이 대출자를 가려 받기 시작했지만 대부업체를 찾는 이용자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 최근엔 주부와 학생들의 대부업 이용비중이 늘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대부업 이용자 중 8.1%가 주부와 학생이었습니다. 2013년 말보다 1.8%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금융에 무지한 주부와 학생이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대부업 광고에 이끌려 대부업체를 찾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실제 주부 등 여성을 겨냥한 대부업 광고가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주부나 대학생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단 말에 혹해 대부업을 찾았다가 고금리에 시달리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대부업체에서 받은 대출이 기록으로 남아 시중은행에서 거래를 제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대부업체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찾는 마지막 ‘비상구’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돈을 빌리지 못하면 결국 불법 사채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불법 사채시장 규모가 8조원을 웃돌고 이용자만 93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본인 신용이 되는데도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이유로 대부업체를 찾는 건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일반 택시(은행권)를 타도 되는데 굳이 웃돈을 주고 모범택시(대부업체)를 탈 필요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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