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솔라 청산 두고 STX-日오릭스 분쟁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STX그룹과 일본계 자본인 오릭스가 STX에너지 자회사인 STX솔라 청산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최대주주인 오릭스가 STX에너지의 지분을 늘리기 위해 STX솔라 청산을 추진하자, STX에너지는 청산은 안된다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나섰다. 오릭스는 지난 4월 교환사채(EB)행사를 통해 STX에너지의 지분 50%를 보유한 1대 주주로 올라섰으며, STX는 2대 주주로 43.2%를 보유하고 있다.

11일 STX에너지에 따르면 이창우 STX에너지 비상근 감사는 지난 10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STX솔라 청산에 대한 ‘위법행위 유지(留止)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 감사는 “STX솔라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 상황에서 STX에너지 이사회가 일부 오릭스측 이사들의 주장만으로 자회사인 STX솔라를 강제 청산하는 것은 STX에너지와 전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이므로 이를 즉시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릭스는 최근 주요계열사의 자율협약 신청 등 STX그룹이 겪고 있는 경영난을 이유로, STX솔라를 청산해야 한다고 STX에너지 이사회를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오릭스의 이러한 요구는 지난해 투자유치 당시 체결한 STX에너지-오릭스간의 계약서에 STX에너지의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오릭스가 추가 투자 없이 우선주 전환을 통해 지분율을 확대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당시 오릭스는 “STX의 경영상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무조건 STX솔라를 청산한다”는 조건을 주장했고, STX 측은 “STX에너지 이사회에서 정당한 평가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다시 제안했다.

이에 오릭스측이 “전체 이사 중 한 명이라도 청산에 찬성하면 STX솔라를 청산한다”는 조항을 요구해 STX그룹은 투자유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TX에너지 이사회 8명 중 오릭스측 이사는 3명이다.

STX에너지 관계자는 “오릭스측이 STX솔라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크게 높은데도 불구하고 적절한 평가작업을 무시한 채 임의적으로 청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청산가치를 약 500억원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의 STX에너지에 대한 2012년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STX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는 STX솔라 지분과 대여금 장부가액은 900억원이 넘으며 한영회계법인의 STX솔라에 대한 2012년 감사보고서는 적정의견이었다.

STX솔라를 청산하는 경우 STX에너지는 그 자체로 투자금액에 막대한 손해를 보는 것은 물론 STX솔라의 태양광 관련 공사계약 등에 대한 지급 보증의무까지 즉시 부담하게 된다. 결국 STX솔라 청산으로 STX솔라는 물론 STX에너지의 재무상태와 기업 가치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게 되는 셈이다.

STX에너지 관계자는 “오릭스의 STX솔라 청산 추진은 STX에너지의 기업가치 훼손으로 자신들의 지분율을 높여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하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