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40대 직장인 박지영씨는 오래된 세탁기를 바꾸기 위해 한 달 전부터 틈나는 대로 인기 제품의 후기를 찾아보고 최저가와 할인 혜택 등도 검색하고 있다. 이번 주말부터 특정 카드를 사용하면 5% 할인해준다는 뉴스를 보고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다.
이처럼 재화나 서비스 소비와 연관성이 있는 카드 결제, 인터넷 검색, 뉴스 보도, 인구 이동량, 날씨, 가격 정보 등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민간 소비 단기 전망 시스템을 한국은행에서 새로 개발했다. 과거 데이터 분석을 통해 빅데이터와 실제 소비와의 상관관계(패턴)를 파악하고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앞으로 품목별 소비가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하는 식이다.
| (자료=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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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석 한은 거시모형실 과장은 25일 발간한 BoK이슈노트 ‘빅데이터 기반 소비패턴 분석과 전망’에서 “빅데이터와 생성형 모형 등 최신 기업을 이용한 민간소비 단기 전망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이를 통해 예측한 결과 국내총생산(GDP)의 민간소비는 올해 2분기 소폭 둔화 이후 완만한 개선세를 지속하고 소비자물가는 향후 둔화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재화(물품) 소비는 상반기 중 둔화 흐름을 지속하다가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비스 소비는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거주자 국외 소비와 비거주자 국내 소비는 소폭 둔화 후 회복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높은 물가와 금리 수준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내수의 한 축인 민간 소비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내수 회복 시기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기다. 특히 서 과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민간 소비의 변동성도 커졌다”며 “효율적인 통화정책 수립을 위한 신속하고 정확도 높은 소비 전망의 필요성이 증대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전망 모델은 단기 전망에서 예측 정확도가 높고 장기로 갈수록 전망과 실제 소비 간 차이가 컸다. 전망의 기본 가정이 과거의 일정 패턴, 즉 관성적인 소비가 미래에 일어날 것으로 보는 것이어서다. 그러나 전망 시점에서 멀어질수록 실제 소비에 외부 요인들이 영향이 커졌다. 금리와 대외 여건 등의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를 비롯해 소비자 심리 등이 대표적이다.
| (자료=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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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큰 외부 변수가 작용했던 코로나19 대유행 직후인 2020년에는 관성적인 소비를 바탕으로 한 예측과 실제 소비 간의 오차가 크게 나타났다. 이때 영향을 미친 요인을 살펴보면 소비자심리 악화와 이자비용 증가가 소비에 마이너스로 작용했고, 재난지원금과 같은 공적이전소득은 이를 일부 상쇄했다. 이같은 거시 경제와 외부 변수는 미리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만큼 새로운 소비 전망모델은 단기 전망이나 정부정책 변화, 파업과 같은 특정 이벤트가 소비에 미치는 변화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고 서 과장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