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이 몰아치는 공장 안에 우뚝 서 있는 파이넥스는 불을 내뿜으며 쇳물을 '콸콸콸~' 쏟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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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파이넥스 설비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초창기에 '설마···'라는 수식어를 붙여 놓았었다.
쇳물을 만드는 방법으로 100년간 유지된 고로(용광로) 방식의 아성에 40년 밖에 되지 않은 포스코가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
기존 고로 방식에서는 쇳물 원료인 철광석과 석탄을 용광로에 집어넣기 전에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루로 된 철광석는 쇳물로 잘 바뀔 수 있도록 단단한 덩어리 형태로 구워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석탄도 밀가루를 뭉쳐서 굽듯 '코크스'를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고열의 바람이 원료 사이로 통과하면서 자연스럽게 쇳물이 녹아내리게 된다.
반면 파이넥스는 이런 과정을 생략했다. 철광석과 석탄을 원료 그대로 뭉쳐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고로 방식에서의 복잡한 사전 처리 공장이 필요없게 했다. 이런 탓에 사전 처리 공정에서 나오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 각종 환경오염물질이 10분의 1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파이넥스기술팀의 신성기 팀리더는 "사전 처리 공정이 없어 쇳물 제작 과정을 크게 단축시켜 환경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며 "특히 고로 방식에서는 질이 좋지 않아 주 원료로 쓰지 못했던 철광석과 석탄을 파이넥스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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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말 첫 가동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인도 제철소에 첫번째 해외 파이넥스 설비가 들어갈 예정이다.
연간 1200만톤 규모의 조강생산능력을 갖출 이 제철소에는 총 40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2기를 먼저 도입한 뒤, 추가로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인도에 매장된 철광석과 석탄은 쇳물 생산의 주 원료로 쓰기 어려웠지만, 파이넥스 공법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게 포스코의 분석이다.
아울러 베트남 제철소에도 파이넥스 공법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는 올 연말까지 타당성 검토를 통해 제철소 건설 여부를 확정하기로 했는데, 역시 이곳 철광석과 석탄의 품질을 고려할 때 파이넥스 설비 도입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완전히 '검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비 안정화 작업 등은 빠르게 마무리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있다. 열 효율은 높이고, 불순물은 줄여야 한다.
"데모 플랜트(연 60만톤)를 안정화시키는 데 2년이 걸렸지만, 상용화 설비(연 150만톤)는 두 달 가량에 그쳤습니다. 이제는 경제적인 효율성을 얼마나 높이느냐가 문제입니다." 완벽을 위해 뛰고 있다는 신 팀리더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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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착착 진행되다보니 '황당한 루머'가 한때 나돌기도 했다.
파이넥스 담당자들의 귀에도 들어간 모양이다.
"소결과정과 코크스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어떻게 쇳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실제로는 쇳물이 나오지 않는다더라" 등 증권가에는 "파이넥스는 영 아니올시다"라는 말들이 오르내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파이넥스를 가동하는 중앙운전실에 하루에도 수 차례씩 손님들이 찾아온다. 펀드매니저와 기자에게 원료가 투입돼 쇳물이 쏟아지는 일련의 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파이넥스 설비의 안정화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되면 파이넥스로 오래된 고로를 대체하게 된다. 포스코 포항 공장에는 현재 고로 5기가 있는데, 먼저 가장 작으면서도 오래된 연 80만톤 규모의 고로가 그 대상이다. 장기적으로는 120만톤, 200만톤 규모의 고로도파이넥스가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공대 1기로, 파이넥스 설비의 총 책임자인 배진찬(38) 파이넥스 공장장은 현재 95% 수준의 설비 가동률이 연말까지 100%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 하루에 4200톤이 생산되는데, 곧 4300톤 수준까지 올라갈 예정입니다. 연말까지는 완전 가동됩니다."
세계 철강 역사를 다시 쓰는 파이넥스 중앙운전실에는 쇳물만큼이나 뜨거운 열기가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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