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싼 물건 찾아 가게 '전전'…연준 “美경제 성장 둔화 전망”

30~31일 FOMC회의 앞두고 연준 7월 베이지북 발표
고물가·고금리 부담에 일부 지역 경제활동 축소
  • 등록 2024-07-18 오전 8:04:01

    수정 2024-07-18 오전 8:04:01

6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 한 소매점에서 한 여성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7월 경기동향보고서(베이지북)에서 5월 중순 이후 미국 경제활동이 “약간 또는 완만하게 확대를 계속했다”고 밝혔다. 향후 6개월간 경제성장은 11월 대선과 국내 정책, 지정학적 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내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담당 지역 중 보스턴, 필라델피아, 리치먼드 등 7개 지역은 경제활동이 약간(slight) 또는 완만(modest)하게 확대됐다고 보고했다. 뉴욕, 애틀랜타, 샌프란시스코 등 3개 지역은 지난 6월과 비슷하다고 평가했고 클리블랜드와 미니애폴리스지역은 경제활동이 축소됐다고 봤다. 지난 6월 베이지북에서 경제활동 축소를 보고한 지역은 없었다.

거의 모든 지역이 물가에 대한 부담으로 소비가 약화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클리블랜드에서는 소비자가 좀 더 싼 가격을 찾아 가게를 전전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어 치열한 가격경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됐다. 시카고 지역의 슈퍼 업계 관계자 역시 소득에 관계없이 복수의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고금리에 대한 부담 역시 여전했다. 클리블랜드 지역 자동차딜러들은 금리 부담으로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욕지구 사업자도 대출이 쉽지않고 금리가 높아 소비자가 자동차를 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주행거리가 많고 오래된 중고차에 대한 수요는 견조하다.

저렴한 주택의 공급 부족 문제도 심각한 과제이다. 모기지금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주택 보험료와 기타 유지비도 오르고 있다. 댈러스 지역에서는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간호사나 구급대원, 교원 등의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는 집세가 급등하고 룸메이트를 찾는 사람이 늘었고, 뉴욕에서는 보육시설이 부족하고 보육비도 오르며 취업기회를 보류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클리블랜드 지역에서는 푸드뱅크 수요가 몇 개월 만에 증가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며 생산활동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있었다. 애틀랜타 지역에서는 신재생에너지산업 관계자들이 대통령 선거 결과가 불투명해 설비투자가 둔화됐다고 보고했다. 보스턴지구 소프트웨어업체, 달라스지구 제조업체도 대통령선거를 향후 수요 침체 요인으로 꼽았다. 리치몬드 지역 무역업자는 미중관계 악화를 이유로 남부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중국 라오닝성간의 항공편이 축소됐다고 밝혔다.

베이지북은 7월 8일까지의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각 지구 연은의 관할지역 경제활동 상황을 정리했다. 오는 30~31일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회(FOMC)를 앞두고 이 자료는 의미있는 참고자료가 된다.

연준 내 대표적 ‘매파’로 불렸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이날 “최종 목적지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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