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라진 연말 특수..어수선한 시국 탓만은 아니다

  • 등록 2016-12-22 오전 7:50:17

    수정 2016-12-22 오전 7:50:17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제가 입사한 지 올해로 10년인데 이런 연말은 처음이에요. 축제 분위기는 하나도 안 나고 겨울은 또 왜 이리 따뜻한지...”

최근 만난 유통업계 관계자들에게 ‘장사 잘 되냐’는 질문을 던지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동안 ‘나쁘진 않아요’ ‘항상 비슷하죠’ 등의 대답으로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끌어가던 질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안부차 꺼낸 질문이 주변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자 괜히 머쓱해졌다.

연말 특수가 증발했다. 이미 공개된 매출 실적을 봐도 그렇다. 최근 롯데백화점이 실시한 겨울 정기세일 매출은 전년보다 0.7%, 현대백화점(069960)도 1.2% 줄었다. 겨울 세일매출이 역신장한 것은 5~6년만에 처음이다. 다른 경제지표 사정도 비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소비자심리지수는 95.8으로 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계는 연말 대목을 놓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초조한 모습이다. 실제로 12월 매출은 연중 전체 매출의 10%를 점한다. 겨울 옷의 단가가 대체로 높은데다 연말 선물수요 등이 겹쳐 소비자 지갑 열기가 비교적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절없이 하락하는 매출곡선에 업계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소비절벽 사태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어수선한 시국 영향으로 분석했다. 합리적 언어로 해석하기 힘든 일이 연이어 터지면서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내년도 금리인상이 예고되는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도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을 수 있을까. 내부적 요인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간 관성적으로 실시해 온 할인 전략의 한계도 분명 작용했다. 단기적 매출 성과를 올리고자 진행해온 허다한 세일이 마침내 무용지물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급해진 업계가 다시 집어든 카드도 ‘세일’이다. 물량을 키우고 할인율을 높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 할인행사에서 제외하던 화장품·명품까지 포함시키며 어떻게든 실적을 끌어올리고자 안간힘을 쓰고있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단순한 세일에 반응하는 소비자가 확실히 줄었으며 오히려 심드렁해진 소비자는 늘었다. 무의식적으로 반복해 온 할인 마케팅의 한계신호는 아닐까. 연말 소비절벽이 시사하는 바를 다각도로 분석해볼 때다.



▶ 관련기사 ◀
☞[줌인]면세업 진출 숙원 이룬 정지선 현대百 회장
☞정지선 현대百 회장 "면세점 품격 한 단계 끌어올릴 것"
☞현대백화점, 주가안정 위해 자기주식 23만4000주 장내매수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태연, '깜찍' 좀비
  • ‘아파트’ 로제 귀국
  • "여자가 만만해?" 무슨 일
  • 여신의 등장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