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유통업계 관계자들에게 ‘장사 잘 되냐’는 질문을 던지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동안 ‘나쁘진 않아요’ ‘항상 비슷하죠’ 등의 대답으로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끌어가던 질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안부차 꺼낸 질문이 주변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자 괜히 머쓱해졌다.
연말 특수가 증발했다. 이미 공개된 매출 실적을 봐도 그렇다. 최근 롯데백화점이 실시한 겨울 정기세일 매출은 전년보다 0.7%, 현대백화점(069960)도 1.2% 줄었다. 겨울 세일매출이 역신장한 것은 5~6년만에 처음이다. 다른 경제지표 사정도 비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소비자심리지수는 95.8으로 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계는 연말 대목을 놓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초조한 모습이다. 실제로 12월 매출은 연중 전체 매출의 10%를 점한다. 겨울 옷의 단가가 대체로 높은데다 연말 선물수요 등이 겹쳐 소비자 지갑 열기가 비교적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절없이 하락하는 매출곡선에 업계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하지만 문제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을 수 있을까. 내부적 요인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간 관성적으로 실시해 온 할인 전략의 한계도 분명 작용했다. 단기적 매출 성과를 올리고자 진행해온 허다한 세일이 마침내 무용지물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단순한 세일에 반응하는 소비자가 확실히 줄었으며 오히려 심드렁해진 소비자는 늘었다. 무의식적으로 반복해 온 할인 마케팅의 한계신호는 아닐까. 연말 소비절벽이 시사하는 바를 다각도로 분석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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