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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 특성상 컨테이너나 벌크선 등의 영업망은 한번 뚫으면 큰 문제가 없는 한 계속 유지할 수 있지만 신뢰를 잃으면 새롭게 거래를 재개하기가 쉽지 않다. 한진해운이 유동성 위기에도 화주나 용선주와의 신뢰를 지키려고 노력한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법정관리란 사형선고로 한국 해운 위상은 물론 글로벌 대형 선사와의 경쟁에서 아예 도태됐다. 현대상선 단독으로 지켜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2M 한진해운 법정관리 미리 직감
머스크와 MSC는 지난 6월 현대상선(011200)이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에 난항을 겪고 있던 틈을 타 현대상선을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업계는 예상치 못한 2M의 전격적인 결정에 발칵 뒤집혔다. 이미 2M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태평양 노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였다. 이번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사태도 2M측이 미리 직감하고 신규 노선 개설을 충분히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과거 2001년 조양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결국 청산됐을 당시도 머스크가 관련 물류를 다 먹은 적이 있다”며 “머스크는 그때 이미 한국 관련 사업 기반을 닦아놨다”고 말했다.
이미 글로벌 무선박운송업체(NVOCC) 사이에서는 한국 국적 선사 이용을 회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NVOCC란 스스로 선박을 소유하거나 운항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운임에 따라 자신의 책임하에 해상운송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을 뜻한다. 실제적인 운송은 선사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형 NVOCC의 이탈은 한국 선사에 대한 신뢰도 하락-글로벌 선사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2M 국내시장 장악, 덤핑으로 현대상선 위협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선박보유량으로 영업을 펼치는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선사는 일단 시장을 장악한 뒤 운임부터 낮춰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현대상선이 이를 버티지 못하면 최악에는 국적선사 모두를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운 정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국적선사는 존재만으로도 외국선사를 견제할 수 있는데 이같은 기능이 없어질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갖춘 외국선사들이 낮은 가격으로 들어와 당분간 이를 유지할 수 있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물량을 다시 가져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운업계 한 전문가는 “빼앗긴 물량을 되찾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은 한진해운 정상화뿐이다”며 “정부와 채권단이 과감하게 지원하겠다는 시그널을 주고 한진도 최선을 다한다면 다시 신뢰를 얻고 화주들이 물량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