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관료출신인데..어디 그분이 그 자리 갈 수 있겠어요?"
최근 사석에서 한 금융권 인사와 기자 사이에 오간 대화다.
차기 KB금융(105560)지주 회장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적격자를 가를 주요 변수 중 하나로 여겨지는 `민간출신`이라는 기준에 대한 궁금증도 나온다.
요즘 자천타천으로 거명되는 인물은 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장,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장,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등과 강정원 현 국민은행장 겸 지주회장 대행이다.
현재 범 금융권에서는 강 행장을 1순위 후보로 꼽는다. 검증된 경영능력과 국제감각 등 `기본자질`을 갖췄음은 물론이고, 이에 더해 강 행장은 `순수 민간출신`이라는 독보적 경쟁력을 갖췄다는게 세간의 평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민간중용, 관료배제`, `시장자율중시 관치배격`등을 기조로 내세웠고, 다수의 민간 인사들이 초기 장관급으로 기용되면서 이같은 기조가 확인됐었다.
하지만 촛불사태와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이런 성향은 점차 흐릿해져 사실상 관료들이 국정 중심을 차지해 들어갔고, 이후 빈 자리가 날 때마다 여기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혼선(?)을 주게 된 것.
관료 출신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약 2년 쯤 지나면 이 꼬리표를 뗄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에는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내 소속부서의 업무와 관련있는 사기업에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준은 형식적일 뿐, 실제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 대해 한 금융관료는 "어디 위에서 기준을 명문화해서 내려보내 준 것도 아니고, 정답이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아마도 일단 공직을 떠난지 적어도 3, 4년은 지났어야 되겠고, 특히 그 사이에 대중 또는 언론의 뇌리에서 공직경력을 확실히 지우고 이를 대체할만한 뚜렷한 민간 경력이 있다면 더 좋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민간이냐 관료냐`는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대로`인 셈이다.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행시 16회로 30여년을 경제관료로 근무했고,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으로 재직중이던 2004년 삼성으로 옮기면서 옷을 벗었다.
이철휘 캠코 사장은 행시 17회로, 역시 재경부 등의 주요 보직을 거쳐 2007년 ADB상임이사를 명예퇴직했다가, 이듬해 캠코 사장으로 취임했다.
행시 23인 김석동 농협연구소장 역시 2008년 초 재경부 차관직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났다.
공직에 몸담았던 기간인지, 누가 먼저 떠났는지가 기준이 될지 등 이중 누가 민간에 가까운지 잘라 말하기 어렵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가장 최근까지 공직에 몸담았다. 하지만 그는 `민간출신`으로 장관에 기용됐던 인물이어서 어디에 속하는지 여전히 알쏭달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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