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20여년 전 자본금 1억원으로 시작한 벤처기업 엔씨소프트(036570). 시가총액 5조원을 넘는 게임업계 대표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불멸의 히트작 ‘리니지’를 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PC방의 태동부터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게임들이 나타나고 사라졌지만 리니지는 굳건한 자리를 지켜왔다. 모바일게임 시대의 도래와 경쟁자 넷마블 상장이라는 강력한 도전에서도 리니지는 엔씨소프트의 게임 대장주 수성을 도울 수 있을까.
게임산업 성장 수혜… PC방 게임 맹주 우뚝
엔씨소프트는 1997년 현대전자를 다니던 김택진 대표가 동료 16명과 함께 차린 솔루션 업체다. 이듬해 9월 리니지를 출시하면서 ‘스타크래프트’가 주를 이루던 온라인 게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때는 PC방을 중심으로 게임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다양한 사용자들과 어울리는 방식이 큰 반향을 일으키며 1999년 시장 점유율 33%를 차지하고 국내 온라인 게임 매출 1위를 달성하게 된다. CD만 사면 되는 일반 게임과 달리 개인·PC방 정액·종량이라는 새로운 요금 체계도 도입했다. 불법복제 우려가 적어 매출 손실을 막는데다 업데이트로 지속적인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리니지 인기에 힘입어 2000년 7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회사는 같은해 매출액 582억원에서 이듬해 1247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외형 성장을 일군다. 2000년 대만에서 라이센스 사업을 시작하고 2001년 미국·홍콩, 2002년 일본에 진출하며 글로벌 퍼블리셔로서의 면모도 갖춰나가기 시작한다. 7만8400원에 시작한 주가는 2002년초 20만원대까지 돌파하지만 ‘규제’라는 복병을 만나게 된다. 리니지를 비롯한 게임의 폭력성, 사행성 등을 걱정하던 정부가 리니지를 ‘18세 이용가’ 등급으로 매기면서 주가 또한 급락한 것이다. 이듬해 실적 부진까지 이어지며 주가는 6만원대까지 떨어진다.
2003년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을 계기로 자금을 확충해 내놓은 ‘리니지2’가 선방하면서 주가가 일시 회복하지만 갈수록 치열해진 경쟁이 발목을 잡는다. 2005년에는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가 상용화되면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개발·마케팅비용의 증가와 신작 모멘텀 부재가 이어지면서 2006년 3분기 주가는 4만원대까지 주저앉는다.
주가 상승 랠리로 작용한 것은 신작인 ‘아이온’ 출시 소식이다. ‘리니지3’로 개발이 기획됐던 이 게임은 30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2008년 11월 첫 선을 보이고 서비스 2주만에 ‘와우’와 ‘서든어택’을 누르면서 PC방 점유율 1위에 오른다. 지난해 ‘리그오브레전드’에게 깨지기 전까지 최고 기록이던 160주 연속 PC방 순위 1위도 이때 세운다. 일본·북미·유럽 등 해외시장에서도 호조를 보이며 2009년 매출액 453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급증한 깜짝 실적을 달성한다. ‘블레이드앤소울’ 등 후속 신작에도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는 상향일로를 걷는다. 2011년 10월19일에는 사상 최고가인 38만500원에 도달한다. 당시 시가총액은 8조3000억원이었다.
모바일도 리니지… 강력한 IP 기반 제2도약
올해는 예년 못지않게 신작 모멘텀이 본격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선봉은 최대 기대작인 ‘리니지 이터널’이 맡는다. 20여년간 이어지는 리니지의 강력한 지적재산권(IP)이 또 활용되는 것이다. 3분기 사전비공개테스트(CBT)를 거쳐 연내 출시가 점쳐진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대폭 확대되면서 ‘블래이드앤소울 모바일’, ‘리니지 레드 나이츠’, ‘리니지온 모바일’, ‘리니지2 모바일’ 등 대규모 모바일게임도 쏟아질 예정이다. 연내 상장 예정인 넷마블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신작 개발에도 나선다.
김성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의 장기 흥행과 리니지 이터널의 기대감, 리니지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출시가 주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며 “M&A에 활용 가능한 약 75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해 기업가치 확대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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