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13일자 27면에 게재됐습니다. |
김영옥 과장은 9년 차 호텔리어다. 유럽상공회의소에서 잠깐 일을 한 것을 제외하면 지금 일하고 있는 하얏트리젠시제주는 그의 세 번째 직장. 그전에 있던 호텔은 모두 서울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호텔은 제주도에 있고, 주로 일하는 곳은 서울 사무소다.
◇ 고객입장에서 호텔서비스 조언 “업무 패턴이 그전에 일하던 곳과는 많이 달라요. 출근하면 가장 먼저 챙기는 게 제주도 날씨예요. 서울엔 비가 와도 거기는 안 올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고요. 호텔에서는 여러 행사가 많은데, 날씨 때문에 취소가 되기도 하고, 강행하기도 하는 등 변수가 많아요. 현장에 있으면 그나마 대응이 쉬울 텐데. 몸이 여기 있다 보니 애를 먹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좀 힘이 들어요.”
그래도 일이 재미있단다. 서울에 있는 호텔에서 일할 때에는 객실 마케팅이나 홍보를 하는 것이 업무의 대부분이었다. 예전엔 타깃고객 대상이 서울로 한정됐지만, 지금은 전국으로 넓어졌다. 제주가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발전하다 보니, 외국(특히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도 내야 하고, 규모가 커졌다.
“얼굴을 맞대고 해야 하는 일을, 서면이나 통화를 통해서 하는 게 아주 쉽지는 않아요. 제주도 호텔의 주요 고객들은 서울 사람들이잖아요. 서울사람의 입장에서 조언을 해주면 그게 반영이 돼서 호텔서비스가 좋아지고, 고객들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걸 보면 즐거워요. 그래서 서울에 사무소가 있기도 한 아니겠어요(웃음).”
“방학 때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다가 어떤 호텔에 묵게 됐는데, 그곳의 분위기와 일하는 분들의 매력에 흠뻑 빠졌어요. 러시아에도 잠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에도 마찬가지였어요. 고풍스러운 호텔의 내·외관에 품격 있는 서비스를 선사하는 호텔리어들을 본 순간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거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김 과장은 학부를 졸업한 후 대학원을 관광경영학과로 택했다. 그때 만난 사람이 남편이다.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한 탓에 기초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김 과장을 위해 지인이 과외 선생님으로 ‘김종곤(42세)’ 씨를 소개해 줬다. 처음에는 ‘스터디’를 위한 만남이었지만, 하필(?) 집이 같은 방향이어서 자연스레 남녀관계로 발전했고, 결혼까지 이르렀다.
우스갯말로 남편은 ‘남의 편’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 과장에게 남편은 절대적인 ‘내 편’이다.
“저는 좀 핫(다혈질)한 스타일이에요. 경력도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라 여러모로 부족한 면이 많아요. 남편은 그런 상황을 알고 중간중간에 조언을 많이 해줘요. 프라자호텔에서 일을 할 때 팀장님이랑 싸운 적이 있었는데, 남편이 그 사실을 알고 몰래 전화를 해서 잘 봐달라고 전화를 했더라고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는데, 나중에 팀장님이 퇴사할 때 살짝 일러주시더라고요. 그때 다시 또 느꼈죠. 역시 남편은 내 편이구나.”
남편인 김종곤 씨에게도 ‘평생 내편’이 생긴 건 마찬가지. 그는 “부부간 공통의 관심사가 많아서 좋습니다. 가까운 지인들의 소식에서부터 최근 호텔 동향까지, 때로는 세계적인 호텔 트렌드도 함께 공부합니다. 업무 분야가 달라 각 관심 있는 부분을 공부하고 서로의 주요 내용을 공유하기도 하는 점이 아주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영옥 과장의 목표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실력자’가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성공한 여자들은 독하거나 드세다’는 선입관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잖아요. 저는 그런 편견에서 벗어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더욱이 호텔은 사람이 ‘서비스’를 전하는 게 가장 중요한 상품이 되는 곳이잖아요. 무엇보다도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호텔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