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디스플레이(034220) 사장은 소신을 숨기지 않는다. 솔직하다. 나쁜 결과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성과를 알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달 디스플레이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권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그동안 시장점유율을 늘리겠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4분기 적자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적자가 난다면 업계에서 마지막 회사가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업계내 수익 경쟁력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경기둔화가 점유율 확대를 꾀할 찬스라는 뜻이다. 그는 “위기에는 실력이 좌우하는 것이며, 우리는 근본적인 실력을 갖고 있다”고까지 했다.
평소 권 사장의 직설적인 화법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톤이 높다. 권 사장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을까. 권 사장 취임 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체질강화’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게 LG디스플레이의 설명이다.
다른 한편으론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올해 평년의 두배 가량인 4조원을 투입한 것이 가져올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깔려 있다.
◇대규모 투자 지속
올해 LG디스플레이는 8세대 LCD 공장 건립에 2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또 구미공장 6세대 라인 증설에 1조3000억원(3000억원은 내년 초)을 투입하는 등 4조원 가량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8세대 공장에서는 다가올 50인치 이상 대형 LCD TV 시장에 대비하고, 6세대 증설을 통해서는 16대9 화면비 노트북용 LCD 등 신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8세대 공장건립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LG디스플레이는 내년에도 투자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내년에는 1조5000억~2조원 가량 투자를 진행 할 계획이며, 이와 함께 차기 LCD 생산라인 투자 계획도 검토에 들어갔다. 차기 라인 투자도 시작하게 되면 연간 투자액은 최대 2조5000억원 규모로 늘어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론 올 상반기에만 R&D에 22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지난 7월에는 R&D와 제품생산간 활발한 교류와 시너지 창출을 위해 안양에 있던 연구소를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단지내로 이전했다.
연구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지난 9월부터 LED 백라이트중에도 가장 우수한 RGB(적록청)LED 백라이트를 채용한 LCD를 양산할 수 있었다.
또 ‘LCD는 반듯한 네모’라는 통념을 깨고 원형, 타원형 등 다양한 형태를 개발해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백라이트 스캐닝 기술을 적용해 240Hz와 동일한 응답속도의 고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Impulsive 240Hz 기술’, 저소비전력 친환경 LCD, 울트라 슬림 42인치 TV용 LCD 등 화질 친환경 디자인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6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OLED사업을 강화하기 위해OLED사업부를 출범했다. 또 현재 소규모 생산 체제에서 벗어나 모바일용 OLED 생산 확대를 위해 신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며, 향후에는 중형 및 대면적 TV용 OLED 사업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향후 상용화시대를 대비해 R&D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2006년 5월 세계 최초 14.1인치 플렉서블 전자종이를 개발했다. 최근에는 14.1인치 컬러 플렉서블 전자종이를 발표하고 풀컬러 플렉서블 AMOLED를 잇따라 개발하면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수익성 뒷받침할 강한 체력이 있다"
LG디스플레이가 경기불황 우려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수익성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배경은 ‘강한 체력’이다.
지난 해 4분기 13만6000장(유리기판 기준) 생산하던 파주 7세대 공장이 지난 2분기에는 17만장을 뽑아냈다 생산라인에 대한 추가투자가 없었지만, 생산량은 25% 늘었다.
LG디스플레이가 강도높게 추진한 ‘맥스캐파’ 활동 결과다. 기존 생산 설비의 생산능력을 극한으로 높여 새로운 설비 투자 없이도 생산량을 확대하는 활동이다. 전담조직을 만들어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제거하고 생산장비를 개선했다. 단위 공정 시간도 줄였다.
생산현장뿐 아니라 신제품 개발, 부품 구매 등 전방위적인 원가절감 활동도 전개했다. 우선, LCD패널 가격의 50~70%를 차지하는 부품 원가절감을 위해 상생 구매 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부품 공급가를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LG디스플레이와 주요 부품 협력사의 구매, 개발 전문가들이 한 사무실에 모여 원가 절감과 구매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업무에 적용했다.
다른 한편에선 후방산업에 대한 지분참여를 통해 핵심장비와 부품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국산화 기술이 외국 업체에 비해 떨어지는 핵심 장비인 ‘스퍼터’ 장비업체인 아바코에 19.9%의 지분 참여를 하고, LCD 생산 및 장비기술을 담당하는 정철동 상무를 이사로 파견했다.
또 LCD 화질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LCD용 반도체 회로(타이밍 콘트롤러) 전문회사인 티엘아이에 13%의 지분 참여를 하고, 영상회로 전문가인 강신호 상무를 이사로 파견했다.
2006년 동유럽 지역 최초의 LCD 모듈 공장인 폴란드 공장을 가동하면서 일본의 도시바로부터 지분 19.9%에 대한 투자를 유치했다. 도시바는 이와 함께 폴란드 모듈 공장 인근에 LCD TV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함께 유럽 LCD TV 시장을 공략해 가고 있다.
올해 초 양산 가동에 들어간 광저우 모듈 공장에는 중국 LCD TV 시장 선두 업체인 스카이워스의 지분 투자를 유치했고,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스카이워스 역시 모듈 공장 인근에 LCD TV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중국 스카이워스와는 50 대 50의 지분으로 LCD 모듈과 TV세트간 성능 향상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광저우 뉴비전 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 연구개발’을 설립했다.
또한 대만 암트란과 51(LGD)대 49(암트란)의 지분으로 중국 쑤저우에 위치한 암트란 TV 공장에 LCD 모듈 및 TV 위탁제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극한의 생산성 증대, 전방산업과의 상생을 통한 원가절감, 후방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판로개척 노력으로 ‘강한 체력을 가진’ 디스플레이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2011년 업종내 수익성 1위 기업’을 비전으로 잡은 것은 이 같은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권영수 사장이 ‘점유율 확대 기회가 왔고, 업황이 좋지 않아 업계가 적자를 낸다면 마지막에 적자가 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공언한 것은 결코 허언(虛言)이 아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LGD "마케팅·영업역량 강화, 위기를 기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