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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比 국세 24조원↓…‘인위적 불용’ 가능성↑
21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결손 상황을 예산 불용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알려졌다.
국가재정에서 불용이란 편성된 예산을 쓰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사업이 중지 또는 집행 어려움으로 인한 피치 못한 불용이 대부분이지만, 세입이 부족할 때 세출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인위적 불용 카드가 언급되는 이유는 세수결손에 있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전년(395조9000억원)보다 약 1% 증가한 400조5000억원으로 예상해 예산을 편성했으나, 3월 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조원이나 덜 걷힌 상황이다. 작년 세정지원 이연세수에 따른 기저효과 등을 고려해도 실질적인 세수감소 규모가 14조3000억원이나 된다.
세입이 부족한 상황에서 세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빚을 늘려야 하나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재정준칙 법제화 등 재정건전성에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에 적자국채 발행 확대 등 빚을 늘리는 추경은 선택하기 어렵다. 또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도 추경에 걸림돌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달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 출석, 추경 편성 계획과 관련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걱정대로 세수 상황이 좋지 않으니 여기에 맞춰서 살아야 한다”며 지출 축소를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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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정부 2년, 5%대 불용률…경기 대응도 숙제
2015년부터 한번도 불용률은 4%대를 넘지 않았다. 2015·2016년 각각 3.2%를 기록한 이후로는 지난해까지 모두 1~2%대였다. 세수펑크가 심했던 2013년(-8조5000억원), 2014년(-10조9000억원) 이후 세입이 정상화되면서 지출을 줄이기 위한 인위적 불용이 필요없었기 때문이다.
통상 불용은 처음에는 예산은 예정대로 배정하되 각 부처에 집행을 줄이도록 지침을 내리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예산당국이 사업 예산 자체를 아예 감액 배정하는 등으로 명료화해 인위적 불용 강도를 높일 수도 있다.
다만 불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세수결손 상황을 대응할 경우 재정당국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다. 예산편성 단계부터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전망대로 하반기 경기가 하고(下高)에 도달하지 못하면 경직적 재정운용이 원인으로 지목될 수도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기존 2.4%에서 0.3%포인트 낮춘 2.1%로 전망했으며, 한국은행도 조만간 올해 성장률을 1.6%에서 추가 하향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수입은 국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금 재원도 있고, 세계잉여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며 “여러 검토와 준비를 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 세수결손도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