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신영증권은 현 시점 유가 상승 재료는 공급 조절에 있다면서 추가적인 변수에 유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상황을 고려해 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 올해 유가 전망을 기존 40~65달러에서 45~70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4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4월 인도분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2.55달러(4.2%) 뛴 배럴당 63.8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4월 이후 거의 2년 만에 최고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석유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고려해 원유 생산량 수준을 이어갈 것을 합의했다. 사우디는 지난 회의에서 언급했던 하루 약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오는 4월까지 유지할 것으로 발표했고, 증산을 허가 받았던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계절적 요소를 고려하여 추가적 증산을 허용했다.
황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에서도 글로벌 원유 시장 수급 균형 강조와 감산 미달국에 대한 추가적 감산 이행을 촉구했다는 측면에서 OPEC+ 카르텔 감산 공조는 여전히 견고하다”면서 “현재 유가 상승 재료가 수요보다는 공급이라는 점에서 이번 증산 보류 결정은 유가 상승 요인”이라고 짚었다.
미국의 경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 속도가 가속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현 수준의 유가 레벨은 미국 석유개발(E&P) 기업들의 재정균형유가(BEP)에 수렴하지만, 2020년 실적 부진으로 신규 원유 생산을 위한 투자(CAPEX)를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황 연구원은 “OPEC+의 감산 결정에 결속되지 않은 감산 면제국의 원유 생산량도 사실상 경직된 모습”이라면서 “전반적으로 공급이 조절되는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 제한 요소와 함께 선진국 중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글로벌 경기 회복에 기인한 원유 수요 개선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최근의 유가 상승세는 미국 텍사스 지역의 한파 이슈를 고려하더라도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 황 연구원의 지적이다. 황 연구원은 “오는 4월 1일로 예정되어 있는 OPEC+ 장관회의에서의 증산 결정 및 사우디의 자발적 감산 종료 가능성, 미국과 이란과의 핵합의(JCPOA) 복원 가능성 등이 추후 예상되는 변수”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