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거래소 유빗 파산..투자자, 원금회수 가능할까

해킹 피해로 파산절차에 들어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 사무실에 20일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업체 측의 설명이라도 듣겠다며 항의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e뉴스 조유송 인턴기자] 국내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이 결국 파산 절차를 밟으면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유빗은 지난 19일 감행된 해킹으로 전체 거래자산의 상당량(약 170억원 규모)을 탈취당해 결국 파산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해킹으로 인한 파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건은 군소 가상화폐 거래소의 ‘보안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본사 사무실로 몰려들었다. 유빗 측이 해킹당한 사실을 알고도 10시간 지나서야 거래 중지 조치를 내렸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투자자 A씨는 “새벽 4시 반에 해킹을 당했으면 막아야지. 막았어야 해. 공지사항 띄우고”라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투자자 B씨는 “어제 오후 2시 넘어서 거래를 하고 있는데 (사이트가) 갑자기 멈췄다”면서 “(답답한 마음에) 전북 무주에서 올라왔다”고 전했다. 이에 업체 측은 ‘책임자가 자리에 없다’는 대답을 반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은 19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오후 2시부터 모든 코인과 현금의 입·출금을 정지하고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유빗에 돈이 묶인 이용자는 유빗의 늦은 대응과 일방적 통지에 불만을 표했다. 유빗은 공지에서 19일 오전 4시35분쯤 해킹으로 인해 코인 출금지갑에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오후 2시11분 웹사이트를 통해 파산 공지를 할 때까지 10시간 동안 투자자들은 해킹 사실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 C씨는 가상화폐 온라인 커뮤니티 땡글닷컴에 글을 올려 “지금 1400만원 규모가 묶였다”면서 “오후 2시가 넘어서야 공지했는데, 거래를 정지했어야 되지 않나”고 지적했다.

경찰은 유빗 측의 취약한 보안 문제를 지적했다. 거래 시스템을 개발한 회사 직원의 개인 PC가 악성 코드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유빗 직원의 PC를 통해 해킹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고려해 조사를 진행하면서 내부자 소행 등 다른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유빗 측이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불과 18일 전에 30억원 한도의 사이버 배상보험에 가입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해킹 피해로 파산절차에 들어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 사무실에 20일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업체 측의 설명이라도 듣겠다며 항의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피해자들이 원금 회수를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는 가상화폐를 ‘통화’ 또는 ‘투자금융상품’으로 분류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상품으로 제재하는 방법 또한 없으며 파산 절차 등은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 정부가 가상통화 거래 위험성을 꾸준히 경고해 왔다”며 “이번 사태도 본인 책임하에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빗 측은 해킹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고객들의 현금과 가상화폐의 75%는 다음 주 초에나 출금 또는 이체할 수 있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