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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선진국 채권보다는 상대적으로 위험하지만 높은 수익률을 안겨 주며 한때 전세계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던 신흥국 기업 채권들이 브라질 몇몇 대형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 중국 경제 둔화, 러시아와 갈등 중인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발목 잡혀 맥을 못추고 있다.
신흥국 경제와 채권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펀드 매니저들과 투자자들이 빠르게 신흥국 채권을 팔아치우고 있다. 신흥국 회사채는 3개월째 5억5600만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채권 가격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시장 조사기관 EPFR글로벌 자료를 인용해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신흥국 시장 붐과 맞물려 투자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몰려들며 지난 2009년부터 달러표기 등 주요 통화로 발행된 신흥국 회사채 시장 규모는 1조5000억달러 규모로 2배 가량 늘어났다. 미국의 고수익 고위험 채권 발행 규모를 따라잡은 것이다. JP모건체이스의 신흥국 회사채 인덱스에 따르면 이 기간 연간 평균 투자 총수익률은 채권 이자 등을 포함해 11.1%나 됐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투자자들을 신흥국 채권에서 자금을 빼내 다시 미국 채권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게 되면 달러는 더욱 강해지고 신흥국 기업들의 부채부담이 더욱 늘어나 디폴트 압력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국 기업들 가운데 비금융부문 채권 발행 규모는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이들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83%나 차지했다. 잰 로이스 JP모건 수석투자전략가는 “국가가 디폴트 위험에 직면해 있다기 보다는 이들 국가들의 기업들의 부채 우려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몇몇 거대 기업들이 올들어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신흥국 회사채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올 1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카이사가 해외에서 팔린 회사채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부패 스캔들에 휩싸인 브라질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가 하청업체에 납입을 중단하자 그 중 한곳인 OAS도 디폴트를 선언했다.
JP모건은 신흥국시장 고위험 회사채 디폴트율이 지난해 3.2%에서 올해 5.4%로 뛸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미국 정크본드 디폴트율은 2% 미만으로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브리지트 로쉬 밥슨캐피털 신흥국 회사채부문 전략가는 “실적이 좋은 기업들도 디폴트 우려에 빠뜨릴 정도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들의 기업 투자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