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생체 내 화학반응을 매개하는 촉매인 효소의 반응을 소리만으로 조절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기문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장 연구팀이 기존 통념과 달리 지질 막 없이 소리만으로 용액속에 분리된 공간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효소 반응을 시공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 김기문 기초과학연구원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장.(사진=기초과학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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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와 같은 생체 시스템 모방 연구에서 효소반응을 시공간적으로 조절하려면 효소를 지질이나 고분자 막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가두는 ‘구획화’가 필요하다. ‘구획화’를 하려면 막을 만들기 위한 물질을 효소와 섞어주고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가격이 비싸고 시간이 걸렸다.
이에 연구팀은 소리를 이용해 용액을 위아래로 흔드는 방식으로 ‘막 없는 구획화’를 구현하고, 이를 활용해 다단계 효소반응을 시공간적으로 조절했다.
이러한 소리를 이용한 새로운 구획화 방법을 포도당 산화효소와 겨자무 과산화효소로 구성된 다단계 효소반응 시스템에 적용한 결과, 두 번의 효소반응을 거친 최종 생성물이 용액의 마루 영역에서만 나타났다.
연구팀은 앞으로 나노 입자를 용액속의 특정 영역에서만 성장시키거나 배열하는 등에 응용해 세포 성장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기문 단장은 “소리를 이용한 ‘막 없는 구획화’와 이를 활용한 효소반응의 조절에 대한 것”이라며 “이 방법이 생체 모방 시스템 연구나 새로운 물질의 합성 등에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