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왕' 동서, '카누' 덕 톡톡..2년새 현금성 자산 껑충

코로나19 지속으로 만기 짧은 금융상품 비중 껑충
투자처 마땅찮은데 실적 따라주자 현금성 자산 선호
  • 등록 2021-08-29 오전 11:25:16

    수정 2021-08-29 오후 9:22:34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스턴트 커피 업계 1위 동서식품의 현금성 자산이 2년새 50%가량 급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서 믹스커피 시장이 위축됐지만 가정용 커피 ‘카누’가 빈자리를 채워줬기 때문이다. 동서는 갑자기 불어난 현금을 1년 미만 단기금융상품 등 현금성 자산에 묶어둠으로써 실물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동서식품 대주주인 주식회사 동서의 올해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가진 자산 가운데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6285억원이다. 단기금융자산은 예금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만기가 1년 미만인 금융상품에 투자한 기업의 자금을 일컫는다.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으로 여겨진다.

동서의 단기금융자산은 비교적 최근에 증가해왔다. 작년 동기(6150억원)와 비교하면 2.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2년 전인 2019년 상반기 4173억원 대비 50% 급증한 것이다. 2년 새 예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한가운데 코로나19가 놓여 있는 게 눈에 띈다. 지난해 1분기를 기점으로 본격화한 코로나19로 산업 전반에서 기업 활동은 위축하고 투자에 제동이 걸린 게 보편적인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실적은 꾸준하게 뒷받침하자 동서의 여윳돈이 갈피를 못 잡고 단기 투자처에 자리를 튼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에는 동서 매출 60%가량 차지하는 동서식품이 걱정이었으나 기우에 불과했다. 동서식품의 주요 매출을 차지하는 커피 믹스는 가정보다 사무용 시장 의존이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 시장이 위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동서식품의 또 다른 간판 커피 카누가 믹스 커피의 빈자리를 메웠다. 재택용 커피로 카누가 주목을 받은 결과다. 이런 흐름의 연장에서 동서식품의 스낵과 시리얼 등 판매가 뒷받침했다.

이로써 동서식품 지난해 실적은 예상을 뒤집고 선방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과 비교해 0.6%와 4.6% 증가한 1조5570억원과 217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크게 늘지 않았으나 빠지지도 않았다. 이를 기반으로 예년처럼 1160억원을 현금 배당했고 지분 절반을 가진 주식회사 동서에 580억원이 흘러갔다.

동서 여윳돈은 대부분 예금에 묶여 있는 게 특징이다. 올해 상반기 현재 예금 규모는 2742억원인데 전년 동기(2125억원)보다 27.8%, 2019년 상반기(750억원)보다 3.6배(265%) 늘었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회사의 투자성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금은 언제든 현금화하기 쉽고 사실상 원금이 보장되는 초저위험 상품으로 동서가 거둔 수익은 연간 1% 남짓”이라며 “동서의 현금성 자산 선호는 갑자기 불어난 현금에 대한 투자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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