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리스트 경찰 압수수색 부실…수사기록도 누락"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성폭력상담소 협의회 관계자들이 지난 1월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프라자 앞에서 지난 2009년 자살한 탤런트 고 장자연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성상납 강요 사실을 털어놓고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씨 사건(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수사 당시 경찰의 압수수색이 부실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당시 수사 검사가 최근 제출한 장씨의 통화내역도 원본이 아닌 편집본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상황을 설명하며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09냔 3월14일 장씨 주거지와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나 이는 상당히 부실하게 진행됐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시간은 오후 7시35분부터 8시32분까지로 겨우 57분에 불과했고 압수물은 컴퓨터 본체 1대, 휴대전화 3대, 메모리칩 3점, 다이어리 1권, 메모장 1권, 스케치북 1권이 전부였다. 더욱이 이중 다이어리와 메모장 복사본은 수사기록에 첨부조차 돼 있지 않아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당시 경찰은 장씨의 침실 위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다른 부분에 대해선 제대로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장씨의 옷방에 대해선 수색이 이뤄지지 않았고 장씨의 핸드백도 열어보지 않았다.

더욱이 평소 메모를 좋아하던 장씨는 침실 곳곳에 수첩과 메모장에 메모를 해뒀는데 경찰은 이 중 다이어리 1권과 메모장 1권만 압수했다. 핸드백 안에 들어있거나 립스틱 보관함에 꽂혀 있던 명함은 압수조차 하지 않았다.

아울러 경찰 수사기록상에는 ‘2009년 3월31일에 장씨 싸이월드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실제 영장 신청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장씨 수사기록에는 장씨 휴대전화 3대에 대한 통화내역과 디지털 포렌식 결과물, 장씨 사용 컴퓨터를 수사한 것으로 기재돼 있으나 그 결과물인 통화내역, 포렌식 결과 내용과 원본 파일은 수사기록에 첨부돼 있지 않았다.

더욱이 사건 수사 검사였던 박진현 변호사가 진상조사단에 제출한 장씨 통화내역 역시 원본이 아닌 것으로 진상조사단은 파악하고 있다. 이 통화내역의 최종수정일자는 통신사가 통신내역을 제공한 날짜와 시간적인 차이가 있고 편집한 형태로 돼 있다.

진상조사단은 “장씨 수첩 등 자필 기록과 명함 등은 장씨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인데 초기 압수수색 과정에서부터 다수 누락됐다”며 “싸이월드에 장씨가 개인 기록을 남겼을 가능성이 큰데도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