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거액 연봉 포기하고 험난한 가시밭길 도전
부산에서 자라서 그런지 야구를 좋아합니다. 다만 ‘롯데’ 아닌 ‘자이언츠’를. 자이언츠 소속으로는 불세출의 무쇠팔 고 최동원 선수가 있습니다. 후계자로는 누가 적당할까요. 이대호 선수라면 나무랄 데가 없지 않을까요. ‘조선의 4번 타자’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습니다. 이대호 선수는 2010년 프로야구 무대를 평정한 적이 있습니다. 타격 7관왕. 이대호 선수의 덩치를 감안하면 도루왕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사실상 타격 모든 부분을 석권했다고 봐야 합니다. 일본무대에 진출해서도 그의 활약은 엄청납니다.
한국을 거쳐 일본무대를 평정한 이대호 선수가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는 점입니다. 우리 나이로 35세. 지금이 아니면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없다는 절박감이 느껴집니다. 이대호 선수의 친정이었던 소프트뱅크가 제시한 연봉은 3년 18억엔. 우리 돈으로 180억원이 넘는 거액입니다. 거액의 연봉과 주전 4번타자 보장이라는 달콤한 조건을 뿌리치고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의 선택은 아름다운 도전입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고개를 돌려서 서울 여의도를 바라다보면 한심합니다. 이대호 선수처럼 밑바닥에서 시작하겠다는 도전정신을 가진 사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른바 꽃가마를 타고 여의도에 무혈입성해서 금배지를 달겠다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여기에는 여당도 야당도 없습니다.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역대 총선을 살펴보면 유력한 영입인재들은 비례대표 공천을 보장받거나 지역구 출마 역시 상대적으로 수월한 곳을 선택했습니다. 국민들에게 이름을 잘 알려진 여야 거물들도 다를 바 없습니다. 여의도로 가는 가장 쉬운 길을 선택하며 주판알을 튕깁니다. 총선 때마다 이리저리 지역구를 옮겨다는 것은 예삿일입니다. 국회의원이 된다면야 그깟 당적을 옮기는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은 유독 대구 지역이, 야권의 경우 호남지역이 시끄러운 것도 다 비슷한 이유입니다.
물론 꽃가마 대신 도전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3당합당을 거부한 이후에도 부산민심을 끊임없이 노크했습니다. 특히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상대적으로 당선이 수월했던 서울 종로를 버리고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하는 바보같은(?) 선택을 합니다. 물론 패배했지만 이는 노사모 탄생으로 이어졌고 2년여 뒤에는 대선에서 승리합니다.
이대호 선수가 미국에서 실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의 도전을 나무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달콤한 유혹을 뿌리친 도전 그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이죠. 선거에서도 꽃가마를 거부하고 힘든 도전을 선택하는 여야 정치인들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승리하면 대박, 혹 패배하더라도 재기의 발판 정도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습니다. 꽃가마를 거부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네 정치도, 삶도 한 걸음 더 앞으로 가지 않을까요?
▶ 관련기사 ◀
☞ [총선돋보기] '노무현 성공모델' 다시 통할 것인가
☞ [총선돋보기] 이정현·김부겸은 무조건 박수받아야 한다
☞ [총선돋보기] 야당 당명 총선 이후 또 바뀐다 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