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강등' 미리 예고..동부제철·한진해운 등 첫 대상

'아웃룩' 바뀐 기업에 단서 달아 등급조정 지표로 활용
한기평, 단서 충족 여부에 따라 신용등급 조정할 계획
  • 등록 2013-05-27 오전 9:30:00

    수정 2013-05-27 오전 9:30: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 전망(아웃룩)이 바뀐 기업에 ‘트리거(방아쇠)’를 달아 특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신용등급을 내리기로 했다. 대외적으로 신용등급 강등 조건을 미리 예고하는 방식이다. 동부제철(016380)동부건설(005960), 한진해운(117930), 웅진씽크빅(095720) 등이 처음으로 강등 대상에 올랐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기평은 최근 아웃룩이 바뀐 기업들에 ‘트리거’를 달았다. ‘긍정적’이나 ‘부정적’으로 아웃룩이 바뀐 기업에 구체적인 단서를 제시해 이 조건을 충족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신용등급을 조정하겠다는 얘기다.

한기평은 가령 ‘부정적’ 아웃룩을 받은 기업이 6개월 내 이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신용등급을 내리기로 했다. 이 방식은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도입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한기평이 처음 시도한다.

최근 ‘부정적’ 아웃룩이 부여된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한진해운, 웅진씽크빅 등에 이미 트리거가 달렸다. 따라서 한기평이 제시한 기준에 맞춰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신용등급이 강등된다.

동부제철은 열연강판 부문의 적자와 높은 금융비용 등으로 영업현금 창출력 개선이 지연됨에 따라 지난달 부정적 아웃룩을 받았다. 한기평은 금융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재무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보고 ‘순영업현금흐름(NCF) 대비 총차입금 비율을 9배 이내’로 회복하라는 트리거를 달았다. 그러지 못하면 현재 신용등급인 ‘BBB’는 ‘BBB-’로 떨어진다.

동부건설(BBB) 역시 지난 4월 아웃룩이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과도한 차입금과 단기화된 만기구조 등에 따른 재무위험 확대가 반영됐다. 한기평은 동부제철과 마찬가지로 ‘영업현금흐름(OCF) 대비 총차입금을 10배 수준’으로 낮추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지난 4월 부정적 아웃룩을 받은 웅진씽크빅에도 트리거가 달렸다. 한기평은 웅진씽크빅의 ‘A’ 등급 하향 여부를 결정할 단서로 ‘OCF 대비 총차입금 3.5배 수준’을 내걸었다.

신용등급 ‘A-’인 한진해운은 이달 실적 부진과 재무부담 가중을 이유로 아웃룩이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한기평은 채무상환 능력 개선이 시급하다고 보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을 12배’ 수준으로 맞출 것을 요구했다.

이와는 반대로 ‘긍정적’ 아웃룩에 트리거를 단 사례도 있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신용등급을 상향할 수 있다는 신호다. 최근 한기평은 국도화학(007690)에 ‘긍정적’ 아웃룩을 부여하며 ‘OCF 대비 총차입금을 2.5배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마이너스로 낮추면 현재 ‘A’인 신용등급이 ‘A+’로 상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기평이 트리거 방식을 적용해 지금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는 아웃룩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투자자들이 아웃룩만 보고도 신용등급의 향방을 미리 예상할 수 있도록 해 투자지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한기평 관계자는 “정보 이용자를 위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하고, 신평사 스스로 아웃룩에 대한 자기규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시작했다”며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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