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13일자 27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봄, 가령 이런 것.
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아무렇게나 쑤셔 담은 기억 하나, 불쑥 고개를 내미는 일렁거림 같은 것. 따뜻한 봄볕에 자리를 옮겨 앉은 장터 할머니의 굽은 등짝에서 오는 짠함처럼. (시인 김선우씨의 말을 빌리자면) `세상의 모든 순간들이 무언가 되고 있는 중`인 사랑의 어떤 시간.
꽃샘추위가 물러난 자리에 어느새 봄이 가고 있다. 이번 주말이면 서울의 봄꽃도 절정인 만큼 이 거리를 사랑하는 사람과 걸어보는 것도 좋을 터다. 타박타박 슬리퍼 끌고 가도 좋을법한 도심 속 꽃길들이다.
▲이맘때면 석촌호수와 롯데월드를 둘러싼 5km 산책로에는 벚꽃으로 꽃섬을 이룬다. 서울시도 이곳을 가족과 봄나들이하기에 좋은 서울 봄꽃길로 선정했다. (사진=롯데월드 제공) |
◇석촌호수·어린이대공원·여의도 벚꽃잔치
봄꽃 구경가고 싶어도 가벼운 주머니 사정이라든가, 길이 막힐까 지레 걱정부터 하는 서울시민이라면, 주변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이맘때면 석촌호수는 `새하얀 꽃섬`이 된다. 호수에는 철쭉 붓꽃 등 야생화 30만본이 화려한 꽃밭을 이룬다. 특히 석촌호수와 롯데월드를 둘러싼 5㎞의 산책로에 1000여 그루의 왕벚꽃이 만발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서울시도 이곳을 `가족과 봄나들이하기에 좋은 서울 봄꽃길`로 선정했다.
근처 롯데월드에서는 놀이시설을 타며 벚꽃구경을 즐길 수 있는 곳. 자이로드롭을 타면 70m 상공에서 발아래 펼쳐진 꽃구름을 만끽할 수 있다. 매직 아일랜드를 한 바퀴 도는 제네바 유람선과 호반보트를 타고 잔잔한 호수 물결과 벚꽃터널을 여유롭게 지날 수 있어 상춘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진 위쪽 두개 사진은 롯데월드, 아래는 용인 에버랜드 튤립축제 사진. |
주변에는 즐길 거리도 풍성하다. 송파구는 13∼15일 석촌호수에서 잠실관광특구 지정기념 `석촌호수 벚꽃축제`를 연다. 벚꽃길 걷기, 젊음의 무대, 전통예술공연, 음악회, 사생대회, 사진콘테스트, 캐리커쳐, 페이스페인팅 등 부대행사도 마련한다.
대표적인 봄꽃잔치인 `한강 여의도 봄꽃축제`도 13∼17일 여의도동 여의서로(서강대교 남단∼파천교 입구)에서 열린다. 개막 불꽃쇼와 지역예술인 공연, 백일장 등 다양한 행사도 마련된다. 이곳에는 왕벚나무 1641그루를 비롯해 진달래 개나리 철쭉 조팝나무 말발도리 등 13종 8만7859그루가 이 기간에 동시에 꽃을 피워 장관을 이룰 전망이다.
인근 어린이대공원도 공원과 아차산 기슭에 왕벚꽃나무가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어 자녀를 동반한가족 나들이에 최적이다.
◇경기도 일대 봄꽃축제 향연
부담이 적고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경기도 내 봄나들이 코스도 있다. 양평시 개군면 내리주읍리 일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산수유 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군락지로 유명하다.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 일대 역시 허물어져 가는 담장과 담장 밖으로 가지를 뻗은 산수유 나무가 정겹다. 산수유 나무는 봄에 선비의 상징인 노란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잎으로 은은한 향기를 낸다. 산수유는 오래 꽃을 볼 수 있는 편이라 지금 찾아가도 늦지 않는다.
밤에 빛나는 벚꽃터널을 지나가고 싶다면 의왕시청을 찾으면 된다. 의왕시는 21~22일 시청 주변 벚꽃나무길에 조명을 설치해 낮과 밤에 벚꽃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국 최대 꽃단지를 자랑하는 구리한강시민공원에서는 다음 달 5~8일 유채꽃 축제가 펼쳐진다. 노란 유채꽃과 다양한 봄꽃이 장관을 연출한다. 축제기간 중 밤마다 진행하는 불꽃쇼도 볼거리다.
용인 에버랜드 가는 길목에는 벚나무와 진달래로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호암미술관의 벚꽃과 호수에 비친 가실리 풍경은 한폭의 그림 같다. 에버랜드에서는 튤립축제가 한창이다. 형형색색의 튤립이 봄을 알린다. 이밖에도 26일부터는 일산 호수공원에서 고양 국제꽃박람회가 열린다. 세계 화훼시장의 트렌드와 구석구석 꽃을 둘러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