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묘지에 판사봉..2차 공판 앞두고 "우리가 엄마 아빠다"

  • 등록 2021-02-17 오전 7:00:00

    수정 2021-02-17 오전 8:26:41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16개월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모의 두 번째 공판을 하루 앞두고, 정인 양 묘지에 누군가 판사봉을 가져다 놓았다.

지난 16일 이를 포착한 언론 보도에 누리꾼들은 “존경하는 재판장님, 부디 양부모에게 최고 형량을 구형해 우리 정인이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게 해달라”, “정인이 몸이 증거다. 양부모 모두 살인자다”, “판사님, 다른 아동학대범들에게 경종을 울릴만한 현명하고 지혜로운 판결 간곡히 요청 드린다”는 등의 댓글을 남겼다.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오후 경기 양평군 정인양의 묘지에 판사봉이 놓여 있다 (사진=뉴스1)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17일 살인 및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인 양 양모인 장모 씨와 아동학대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부 안모 씨의 공판을 진행한다.

이번 공판은 지난달 13일 열린 1차 공판에 이은 두 번째 공판으로, 살인 혐의에 대한 법적 공방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검찰은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고자 정인 양의 사인을 감정했던 법의학자와 사망 당일 ‘쿵’ 하는 소리를 들었던 이웃 등 17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들 가운데 3명이 이날 오전과 오후로 나눠 출석할 예정이다.

정인 양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에서 검찰은 장 씨에게 살인죄를 추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장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알면서 일부러 때린 거 같지 않다”며 “저는 믿고 있다. 밟은 건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 씨 측 변호인은 살인이 아니라 치사, 즉 과실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를 겁주거나 때린 학대 행위를 완전히 부인하지 않으면서, 학대로 인해 사망했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부인하거나 아이가 숨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장 씨 변호인은 지난 15일 “학대 충격이 누적돼 정인 양 장기가 파열돼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펼쳐온 사단법인 아동학대방지협회 등은 이번 공판 과정에서도 단체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장 씨 부모의 집 앞이나 각 지역 역사, 법원 등에서 1인 시위를 펼친 협회 회원들은 이날 역시 전국 각지의 법원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들은 또 공판이 열리는 남부지법에 검은 리본과 검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여 정인 양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할 것이라고 알렸다.

집에서 1인 시위하는 모습을 SNS에 인증샷으로 올리거나,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실검)로 ‘우리가 정인이 엄마아빠다’를 띄우는 등 온라인상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이러한 단체 행동에 동참해달라며 “끔찍한 학대로 죽어간 수백 명의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들이 이모 삼촌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조금은 노력했노라고 말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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