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올해로 직장 생활 14년차인 김성룡(39)씨는 2년 전 1년간 육아휴직을 했다. 직장 상사와 마찰이 심해지면서 스트레스로 가정마저 소홀해지자 회사 내에서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결단을 내렸다. 김씨는 “회사에서 눈치가 많이 보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1년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쌓은 소중한 추억은 충분한 보상이 됐다”고 말했다.
13년차 직장인 이효석(가명·43)씨는 잔병치레가 잦은 둘째 걱정에 육아휴직을 고민했지만, 결국 내지 못했다. 자리를 비울 경우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게 뻔한데다 육아휴직을 막 끝내고 복직한 아내의 수입만으론 대출 이자를 갚으며 아이를 키우기가 빠듯해서다. 이씨는 “아내와 번갈아 육아휴직을 내면 2년 동안 외벌이인 셈인데 ‘아빠의 달’ 제도 혜택이래 봤자 첫달 150만원 지원이 전부여서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육아휴직 현황 단위:명 (고용노동부 제공) |
|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늘고 있다. 아빠의 육아를 다룬 TV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남성 육아휴직을 용인하는 문화가 확산된 영향이 컸다. 그러나 갈길이 멀다. 여성 육아휴직자에 비해 신청자가 턱없이 적을 뿐더러 이마저도 대기업과 공공기관 재직자가 절반 이상이다. 여성 경력단절, 저출산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돌아온 슈퍼맨’(아이보는 아빠)을 늘리기 위한 정책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신청자는 3421명으로 전년(2293명)보다 49.2%(1128명) 늘었다. 그러나 남성 육아휴직자는 여성 육아휴직자(7만 3412명) 대비 4.6%에 불과하다. 게다가 전체 남성 육아휴직자 3421명 중 53%(1814명)가 ‘300인 이상 사업장’ 근무자다. 남성 육아휴직마저 ‘부익부·빈익빈’이다.
정부는 남성 육아휴직을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해 10월 ‘아빠의 달’ 제도를 도입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3개월간 아빠의 달 신청자는 90명에 그쳤다. 아빠의 달 제도는 같은 자녀를 대상으로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두번째 육아휴직 부모에게 첫 달에 한해 통상임금의 최대 100%까지 보장해 주는 제도다. 그러나 상한선이 150만원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부모가 번갈아 육아휴직을 내면 두번째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어서 제도 시행 초기에는 신청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육아휴직 지원 정책의 명칭을 ‘아빠의 달’로 이름 붙인 것은 남성들이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낼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제도로 강제할 수 없는 만큼 남성 육아휴직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앞장 서 줘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