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증시 겹겹악재에..'화가 난다'

  • 등록 2013-04-21 오후 2:00:00

    수정 2013-04-21 오후 2:25:15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4월은 잔인한 달’

T.S엘리엇의 시 한 구절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달의 증시는 악재로 얼룩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적인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부터 예상치 못했던 어닝쇼크까지 거의 매일 새로운 악재가 터지고 있다. 지난달 말 2000선을 넘어서며 ‘봄’을 기다렸던 코스피지수는 연일 내리막을 타고 있다.

4월 악재의 시작은 북한에서 나왔다. 북한은 2일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겠다며 위협수위를 높이기 시작한 것. 그나마 우리 증시는 이미 북한 리스크에 대해 ‘학습경험’이 있어 증시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날 STX조선해양이 찬물을 끼얹었다. 채권단에 자율협약 체결을 신청, STX(011810) 계열사들의 주가가 줄이어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1990선이 무너졌다.

4일 북한의 도발은 더 심해졌다. 개성공단 진입을 통제한다는 소식에 이어 수일 내로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학습효과는 여전했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이 터졌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을 발표한 것. 무려 190만대에 이르는 규모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계획이 결정타가 됐다.

대북 리스크와 현대·기아차의 리콜 사태, 엔화 약세 지속에 대한 우려는 투자심리를 위축하며 코스피 지수를 장중 1960선까지 내려 앉혔다.

북한은 이달 들어 꾸준히 새로운 악재를 만들어냈다. 8일에는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하며 긴장이 고조됐다. 남북경협주의 주가 하락이 이어지며 이날 코스피는 1920선 아래로 밀려나 1918.69를 기록했다.

미사일 발사와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대북 리스크에 대한 ‘맷집’이 생기자 이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10일 GS건설(006360)이 1분기 무려 5354억원의 영업손실, 38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발표했다. 특히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해외 시장에서 생긴 손실이라는 소식에 해외로 진출한 건설주들이 함께 타격을 입었다.

그나마 코스피는 다음날인 11일 있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덕분에 1930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했던가. 한은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시장은 당황했고 상승세로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하락세로 돌아서 한 대 1926선까지 밀렸다.

실망감을 안겨준 금리 동결 악재까지 겹치자 오히려 시장은 반등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코스피도 이에 화답하듯 악재를 딛고 반등을 시작했다.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 17조3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추경 등이 악재를 상쇄하는 듯 했다.

그러나 추경 등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도 새로운 악재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어닝쇼크가 이어졌으며, 미국 경제 부진에 따른 글로벌 경제 위기 우려 등이 투자심리를 얼려버렸다. 이에 16일 코스피는 다섯 달 만에 장중 19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게다가 19일에는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 2위 현대차(005380)에서 악재가 나왔다. 통상임금 소송에 휘말렸다는 소식에 현대차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코스피는 장중 1880선까지 밀렸다.

악재에 시달리던 코스피와 달리 나름 순항했던 코스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이 서정진 회장의 17일 지분매각 선언 후 폭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공매도 세력에 대응하기에 지쳐 지분을 팔겠다는 서 회장의 말과 달리 잇따라 셀트리온과 연관된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것도 문제다. 셀트리온 효과는 바이오 관련주에도 영향을 미치며 코스닥 지수 하락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코스닥은 19일 장중 550선이 무너졌다.

한 투자자는 “생각지도 못했던 악재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라며 “아직 열흘이 남았는데 또 어떤 문제가 터질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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