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졸속입법이 낳은 위헌...윤창호법

사고 발생 두달 만에 뚝딱…법체계와 맞지 않아
무조건 가중처벌? 국가형벌권 최소화원칙 어긋나
국회·정부, 법감정만 편승…예방조치 마련 뒷전
  • 등록 2021-11-28 오전 11:48:50

    수정 2021-11-28 오후 2:19:29

국회는 2018년 11월, 윤창호씨 사망 두달 여만에 본회의에서 윤창호법을 통과시켰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지난 25일 헌법재판소가 윤창호법 중 ‘음주운전 2회 이상’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결정 즉시 법의 효력이 사라지며 혼란스러운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현직 판사까지 나서 “누구를 위한 결정이냐”고 불만을 표출할 정도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 같은 혼란은 국회의 졸속입법이 만들어낸 참극이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라는 사회적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취지는 더없이 환영할 만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일사천리로 법안을 통과시켜 결과적으로 구멍투성이의 법이 탄생하고 만 것이다. 실제 법안은 윤창호씨 사망 사고 이후 두 달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해당 도로교통법 벌칙 조항은 ‘음주운전(측정 거부 포함)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은 징역 2~5년이나 벌금 1000만~2000만원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가중처벌 조항이 우리나라의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두 위반 행위 간 시간차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금고 이상의 재범 범죄에 한해 가중처벌을 규정하는 누범 조항이나 절도·강도상해 재범을 가중처벌 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모두 ‘형 종료 3년 이내’로 규정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

최저 기준치(0.03%)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준의 운전자라도 두 번째 적발이면 가중처벌 대상이 되는데, 이는 국가 형벌권 행사의 최소화라는 원칙에 맞지 않는 과도한 형벌이라는 것이 헌재의 결론이었다.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은 소위 ‘사이다 입법’이다. 통쾌하고 시원하다. 하지만 국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만큼 새 형벌 조항을 만들 때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또 처벌 강화와 함께 음주운전 전력자 차량에 측정장비 설치 의무화 등 음주운전을 막을 사전 예방 조치도 함께 만들었어야 한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는 졸속입법만으로 책임을 면하려다 이 같은 우를 범했다. 결과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은 법의 공백으로 오히려 이전보다 후퇴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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