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인 김모(28)씨는 올해도 한 어학원의 명절대피소를 찾을 계획이다. 김씨는 “지난 설에 처음에 명절대피소에 왔었는데 비용도 안 들고 공부도 계속 할 수 있고 좋았다”며 “친척집에 멀기도 하고 취업압박도 받기 싫은데 스트레스 없이 조용히 명절을 보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12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성인 남녀 3192명을 대상으로 추석 명절 친지들로부터 가장 듣기 싫은 말을 설문조사를 한 결과 취업준비생과 대학생은 “취업은 언제 할 거냐”는 말을 싫어한다는 응답자가 34.8%로 가장 많았다. △앞으로 계획이 뭐냐(25.9%) △좋은 데 취직해야지(23.9%) △살 좀 빼야겠다(찌워야겠다)(19.0%) 도 듣기 싫은 말로 조사됐다.
특히 취준생의 경우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5.8%가 ‘취업은 언제 할 거냐’는 질문을 꼽아 심각한 ‘취업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은 “앞으로 계획이 뭐냐”를 꼽은 응답자가 24.9%로 가장 많은 가운데 “취직은 언제 할 거냐”(21.8%)와 “살 좀 빼야겠다(찌워야겠다)”(21.5%)가 비슷한 응답 비율을 보였다
이번 연휴 학원의 특강을 들을 계획인 이모(27)씨는 “큰집이라 친척들이 집에 보이는데 학원에서 공부를 해야한다고 집에다 얘기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겨 나올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취업을 했다고 끝이 아니다. 친척들의 궁금증과 잔소리는 결혼과 자녀 계획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런 잔소리가 싫어 연휴에 휴식 대신 일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회사원 박모(35)씨는 “결혼은 언제 할 거냐”는 친척 어른들의 단골 질문을 피하기 위해 이번 추석 당직을 지원했다. 박씨는 “명절 가족모임을 가는 것보다 사람들이 없는 회사에서 당직을 하는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몇년 전부터는 명절때마다 온라인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잔소리 메뉴판’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 관련 질문은 50만 원, 외모 관련은 100만 원, 연애 관련은 300만 원으로 책정됐고 취준부터 연봉, 결혼, 출산 계획 등을 묻는 말엔 억대 가격이 책정됐다.
‘선입금 필수, 외상사절’이라는 문구를 적어 잔소리를 듣기 싫은 마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