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의 대답은 생동감 높았다. “네, 알겠어요”라는 대답도 단순 기계음 뉘앙스가 아니었다. 음성합성 기술에 기반 한 목소리만큼은 합격점.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들이 선생님이 왔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음악 듣기’ 편리..유료 콘텐츠 시장 확대 기회
웨이브 속 샐리가 말을 하거 알아듣자 주방에서 설거지하던 아내가 놀랐다. 말만 해도 음악이 나왔던 게 신기했던 것. 음질과 음량도 비슷한 가격대의 스피커 못지 않았다. 설거지나 집안일을 하다가 충분히 써 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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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음악은 채 다 듣지 못했다. 1분 30초 뒤 다른 음악이 나왔다. 음악도 콘텐츠 상품이기 때문에 돈을 지불하고 들어야 했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다소 아쉬웠다. 네이버뮤직 정액 상품에 가입해야 웨이브를 통한 음악 듣기 서비스를 온전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SK텔레콤의 AI스피커 ‘누구’도 마찬가지. ‘누구’의 애칭인 ‘아리’도 음악을 추천해줬다. 음성으로 가수 이름을 얘기하면, 해당 가수의 노래가 나왔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의 서비스에 가입돼 있지 않다면, 누구도 마찬가지로 ‘미리듣기’ 음원을 서비스해줬다.
웨이브로 로이킴 음악을 들으면서 같은 고민을 또 반복했다. 네이버뮤직에 몇 천원만 내면 로이킴 이외의 다른 음악도 온전히 들을 수 있다. 국내 콘텐츠 산업에 기여한다는 뿌듯함도 있다. 가격도 커피 전문점 아메리카노 한 두잔 가격이다.
그럼에도 마음을 접었던 이유는 집안 한 켠에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에 있다. 스마트폰을 블루투스 스피커와 연동하고 유튜브를 틀어 놓으면 됐다. 웬만한 음악은 유튜브로 들을 수 있고 이를 블루투스 스피커로 들을 수 있는 ‘꼼수’가 있다보니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유튜브가 영상은 물론 음원에서도 대체제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동하면 AI스피커 못지 않은 기능을 뽐낼 수 있다. 물론 AI스피커의 대체제 역할이다. 스마트폰 속 클로바에 말을 걸자 집안 다른쪽에 있던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샐리의 목소리가 나왔다.
블루투스 스피커에 없는 ‘가치’ 제공해야
아이들 밥을 먹이면서 샐리에 다시 물었다. “샐리야 오늘 날씨는 어때?” 샐리는 기다렸다는듯이 최고 기온과 최저 기온을 친절하게 일러줬다. AI스피커가 블루투스 스피커와 비교해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스마트폰 없이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은 AI스피커의 매력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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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누구’의 애칭)와 샐리, 애플의 시리까지 한국어 데이터가 부족했다. 음성 인식 기술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문제’는 데이터다. 우리나라 AI 스피커의 공통적 과제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IT업체 최고경영자(CEO) 집무실에 방문한 적이 있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의 책상 옆에 놓여 있던 AI스피커였다. 그는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샀고 이것저것 많이 써봤는데 점차 안 쓰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다른 AI스피커도 마찬가지다. 한국어 환경에서는 쓸만한 기능이 음악 듣기 외에 뚜렷하지가 않다.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에 대응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현 시점에서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진짜 경쟁자가 아닐까.
블루투스 스피커가 제공하지 못하는 ‘가상비서’ 기능이 더 고도화될 때 AI스피커가 우리 거실과 주방에 자리잡지 않을까. 사물인터넷(IoT) 기능까지 붙어 ‘완벽한’ 가상비서가 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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