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즈음에 한 기획사 대표가 여행 차 아프리카를 다녀온 후 전한 이야기는 더 감동적이다. 그가 아프리카의 한 지역을 방문했는데 동네 아이들이 생전 처음 보는 동양의 한 사람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더라는 것이다. “코리언”이라고 대답하자 그들은 다짜고짜 “싸이를 아느냐”고 확인하듯 되물었다. 마침 그는 핸드폰에 소장하고 있던 싸이와 함께 찍은 사진 한장을 보여주자 어떻게 그런 유명한 사람을 알고 있냐며 경계심을 푼 뒤 극진한 대접(?)을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 이야기가 가는 곳마다 전파되어 마치 국가원수급 환영을 받아 귀국했다는 이야기다. 싸이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바로 한류의 힘이자 문화의 힘이다.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일어난 현실이다. 영웅으로 칭할 만큼 싸이는 위대한 일을 해냈다. 대통령도, 외교관도 아닌 한 명의 가수가 해낸 성과다. 홍보나 광고비로 따지면 거의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도 불가능할 일이다. 이것이 사람들의 영혼을 소리 없이 파고드는 문화의 힘, 한류의 힘이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후폭풍으로 중국의 한류 열풍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한류 위기를 우려하면서도 중국의 한류 콘텐츠 제재가 오래가지 않을 거란 낙관론을 펴고 있는 듯하다. 정부기관조차 희망적 리포트를 작성하여 상부에 보고했다는 언론보도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우려되는 부분은 한류가 일본의 전철을 되밟지 않을까 위기감이다. 일본의 한류열풍은 지난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아베 정권의 묵인 하에 험한 시위가 잇따르며 사그라 졌다. 한국 스타들의 MD상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며 한류의 메카로 떠올랐던 신오쿠부 타운은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초라해졌다. 한국을 옆집 드나들 듯 하던 일본 팬들의 발길도 험한 분위기, 엔고 현상과 맞물리며 뜸해졌다. 한·일간 정치적 냉각기의 한류 대체시장으로 떠올랐던 곳이 중국이다. 최근 중국의 한류제재는 일본과 비슷한 우경화 바람을 타고 민간인 중심의 험한류 분위기가 싹트고 있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일본 사례처럼 적절한 대응 타이밍을 놓친다면 중국 역시 혐한류 기류가 강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가 재빠른 대응에 나서야 할 때라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한류열풍에 정부가 도움 준 게 뭐가 있냐”는 성난 목소리부터 “어렵사리 만들어진 한류열풍이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는 한류 현장의 목소리를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부 당국자들이 귀를 기울려야할 때다.
△조대원 국제대학교 엔터테인먼트 계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