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현대엘리베이터(017800)의 잇따른 자금 조달은 투자자 오해와 우려를 유발할 수 있다.”(현대증권(003450)) “단기간에 삼성엔지니어링(028050)·삼성중공업(010140) 합병을 통한 시너지가 나오기는 어렵다.”(삼성증권(016360))
가끔은 팔이 안으로 굽지 않을 때도 있는 듯하다. 같은 그룹내 계열사에 대체로 후한 평가를 내렸던 증권사들이 달라졌다. 합병이나 자금 조달, 시장 상황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대해 객관적이고 신중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지난 20일 현대엘리베이터를 두고 “투자를 미루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전날 이 회사가 최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전환사채(CB) 발행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한데 따른 것이다. 한 달 전쯤에는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 재추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은 “양사 합병이 주가 급등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평가다. 자금 조달이나 합병 모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사안인데 경계하는 시각을 보여 섣부른 접근을 차단해서다. 현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는 차입금 상환 압박이나 대규모 설비투자 등이 요구되지 않는 상황인데 잇단 자금조달 이슈로 센티멘트가 악화됐다”고 판단했다. 추가 자금조달의 내용과 규모, 주가 희석률 등에 따라 향후 목표주가의 재조정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 회사는 그룹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현대증권 매각을 비롯해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올해 들어 단기차입금 증가와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며 추가로 CB 발행까지도 고려하는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9월 합병을 추진했다가 주가 하락과 반대매수청구권 과다 청구로 합병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최근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한 인터뷰에서 ‘양사 시너지 고려 시 장기적으로 한 회사가 되는 것이 맞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이슈가 됐지만 1년과는 여건이 다르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계열사에 박한 평가를 내리는 증권사가 나타나는 것은 증권가에 불고 있는 보고서의 독립성 확보 바람과도 무관하지 않다. 올들어 내츄럴엔도텍(168330)의 ‘가짜 백수오’ 파문 등을 계기로 투자자들의 불신이 높아진 점이 한 몫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전에는 자신의 회사를 저평가했다며 애널리스트를 협박한 임원이 문제가 됐다.
다만 그룹 주력 계열사에 대한 평가를 아예 하지 않는 곳도 있다. 와이즈에프엔 조사를 보면 유진투자증권(001200)은 그룹 모기업인 유진기업(023410)에 대해 커버리지를 제시하지 않았다. 원래 이 업체를 다루는 곳이 적긴 하지만 계열사도 투자의견을 내놓지 않는 것이다. KB투자증권 역시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KB금융(105560)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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