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모델하우스도 못 피해간 메르스 공포…마스크 쓰고 아이는 집에

  • 등록 2015-06-06 오전 11:46:09

    수정 2015-06-06 오후 7:18:19

△5일 경기도 광주시 역동에서 개관한 ‘광주역 대광 로제비앙’ 아파트 모델하우스 안에서 방문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분양 홍보 문구를 보고 있다. [사진=김성훈 기자]
[이데일리 박종오 김성훈 기자]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역동의 ‘광주역 대광 로제비앙’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 요즘 모델하우스마다 구름 인파가 몰리는 사례가 흔한데 이곳 풍경은 사뭇 달랐다. 이날 처음 개관한 모델하우스 입구 계단에는 방문객 30여 명 정도가 줄을 서 있었다. 현장에 나와 있던 강미경 탑시티 부동산 대표는 “비가 내리는 데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영향으로 사람 많은 곳은 피하자는 분위기까지 생겨 발길이 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을 따라 모델하우스 안에 들어서니 방문객 4~5명 중 1명꼴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내부를 둘러보고 있었다. 동네 주민이라는 송미자(여·49)씨는 마스크로 입 주위를 가린 채 “사람들이 손대는 건 가급적 피하고 최대한 눈으로만 구경하고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 분양 업무를 맡은 남길우 여명D&C 개발사업본부 이사는 “메르스 때문에 걱정하긴 했지만, 분양 시기를 미루면 7월 휴가 시즌이어서 일정대로 모델하우스를 오픈했다”며 “선착순 방문자에게 주는 라면, 쌀 등 선물을 평소보다 많이 준비했더니 내방객이 크게 줄지는 않았다”고 했다.

△5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김성훈 기자]
꼭 일주일 전 모델하우스 입구에 줄이 수백 미터 늘어섰던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도 사정이 비슷했다. 서울 지하철 8호선 복정역 주변에 마련한 이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이날 대기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모델하우스 앞에 천막을 치고 장사진을 이뤘던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들도 3분의 1 정도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경기도에 사는 이모(여·30)씨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신청했는데 오늘이 발표일이어서 하는 수 없이 모델하우스를 찾았다”고 귀띔했다. 위례현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메르스 여파가 없진 알겠지만, 워낙 관심이 많은 곳이니 주말에는 방문객이 좀 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날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서 개관한 ‘안양 한양수자인 에듀파크’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입구에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방문객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줬다. 안에 들어서니 모델하우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녀를 동반한 가족 방문객을 찾기 어려웠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던 김순영(여·30)씨는 “사람 몰리는 곳은 어디든 위험하지 않겠느냐”며 “아이는 집에 두고 인파가 몰리는 주말을 피해 아파트를 보러왔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분양 마케팅을 맡은 강상호 화성 대표는 “사람들이 모델하우스 현장 방문을 꺼릴 것에 대비해 관심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전문 상담 인력을 크게 늘렸다”고 전했다.

△5일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서 문 연 ‘안양 한양수자인 에듀파크’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이 아파트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종오 기자]
메르스 여파로 분양 시기를 변경한 사례도 처음으로 나왔다. 인천 서구 가정동에서 분양하는 ‘인천 가정지구 대성베르힐’ 아파트는 이달 4일로 예정했던 모델하우스 개관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방문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아직 모델하우스를 열지 않은 단지는 메르스 확산 추이를 치켜보다가 1~2주 정도 개관 일정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대표 재건축 추진 단지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아파트 일대는 이날 오전부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전날 서울시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삼성서울병원 의사 박모(38)씨가 지난달 30일 이 아파트 재건축 사업시행계획 수립을 위한 조합원 총회에 참석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날 총회 참석자는 총 1565명으로, 서울시는 이들에게 자가 격리를 요청한 상태다.

C공인 관계자는 “휴업을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매일 잔금 처리를 해야 해 마스크를 쓰고 일하기로 했다”며 “근거 없는 공포감이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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