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신평사 '등급 장사' 제재심 결론 못내려(종합)

금감원, 신평사 최초·최대 규모 징계로 소명 듣는데 장시간 할애
신평업계 "새해 맞았지만 내부 인사·조직 개편도 못해…제재 빨리 끝내야"
  • 등록 2015-01-16 오전 8:21:54

    수정 2015-01-16 오전 8:21:54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장사’ 행위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가 전일(15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끝났다. 신평사들은 제재 결과가 늦어진 데 따라 내부 인사 등 새해맞이 조직 정비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16일 신용평가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5일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장사’ 행위에 대한 제재심을 열었지만, 3시간여의 논의에도 결론을 짓지 못했다. 금감원은 애초 이들 신평사들에게 기관은 ‘경징계’, 임직원은 ‘중징계’를 통보한 바 있다.

‘등급 장사’ 행위란 신평사들이 기업으로부터 신용평가 계약을 따내기 위해 미리 좋은 등급을 암묵적으로 약속하거나 등급을 내린 시점을 늦추는 등 공정하게 신용등급을 평가하지 않은 행위를 말한다. 그동안 평가대상 기업들은 신평사 3사에 자신들이 받을 수 있는 신용등급을 먼저 물어보는 관행이 있었다. 신평사들이 대략적인 등급 수준을 이야기해주면, 기업은 가장 등급을 후하게 주는 신평사와 평가 계약을 해 온 것이다.

금감원이 전일 제재심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은 심의 시간이 부족한 탓이 컸다. 신평사 3곳의 대표이사와 총괄전무, 집행임원과 실장 등 제재 대상자 수만 해도 신평사가 설립된 이래 최대 규모다. 금감원도 이제껏 ‘등급 장사’ 행위를 처벌한 경험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제재 대상자들의 소명을 충분히 들어야 할 필요성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심의 시간 부족과 함께 신평사의 신용등급 평가업무와 평가 대상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행위 간의 부적절한 연계성을 금감원이 명확하게 증명하지 못해 결론이 미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신용평가업계 측 관계자들은 이날 제재심에서 기업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업무와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업무 사이에는 견고한 ‘파이어월(Fire Wall)’이 있다고 소명했다.

금감원이 신평사에 대한 강도 높은 검사에 착수한 것은 ‘동양 사태’ 직후였다. 금감원은 신평사들이 동양그룹 계열사 신용등급을 적절히 매기지 못해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미리 인식하지 못했고, 그 결과가 대규모 채권 투자 피해자들이 생겼다고 본 것이다.

동양 사태로 전임 금감원장은 국회 등으로부터 강도 높은 책임 추궁을 당했고, 당시 금융투자 담당 부원장이 스스로 옷을 벗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동양 트라우마’로 인해 신평사에 대한 금감원 검사가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금감원은 다음에 열릴 제재심에서 다시 한번 신평사 제재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제재 결과가 계속 늦어진 데 따른 신용평가업계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제재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신평사들은 내부 인사는 물론 조직 개편과 쇄신 전략을 짜는 데도 애로를 겪고 있다”며 “새해를 맞았지만, 여전히 묵은해에 머물러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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