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 열화우라늄탄을 포함한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반격 성공을 위해 미국이 장기적 지원을 이어갈 것이란 뜻을 재확인했다.
| 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찾은 토니 블링컨(오른쪽) 미 국무장관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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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WSJ)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1억 7500만달러(약 2300억원) 규모 군사물자를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총 10억달러(약 1조 3000억원) 이상을 새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이 우크라이나를 찾은 건 1년 만으로 도착 직전까지도 공개되지 않은 ‘깜짝 방문’이었다.
WSJ은 블링컨 장관의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이 정치적·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에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지난 6월 러시아에 대한 ‘대반격’을 공식화한 우크라이나는 한동안 러시아군 방어선에 막혀 고전했다. 기대에 못 미친 성과에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는 요충지 로보티네를 탈환하는 등 남동부를 중심으로 전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러시아의 1차 방어선은 돌파한 것으로 평가된다.
블링컨 장관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반격에 성공하고 장기적으로 강력한 억지력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갖추길 원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황상) 어려운 겨울을 앞두고 있다”며 “미국에 의지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이번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군사물자 중엔 열화우라늄탄도 포함됐다. 열화우라늄탄은 우라늄 폐기물을 탄두로 삼은 포탄으로 일반 철갑탄에 비해 관통력이 두 배 이상 강하다.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이 지원된다면 러시아군 기갑 전력을 격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을 지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일각에선 열화우라늄탄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병사들 건강에 이상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열화우라늄탄 외에 지뢰방호장갑차(MRAP)와 방공무기 등도 함께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내년 미국 대선전이 본격화하기 전에 반격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인이 한 명 남을 때까지 돈을 아끼지 않고 계속 전쟁을 벌이려 할 것”이라고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비난했다. 그는 “미국의 지원은 특별군사작전(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르는 말)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동부 코스티안티니프카에서 러시아군 공습으로 최소 1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