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이슬람 '같은 신' 믿는데 왜 서로 싸울까

진기종 작가 '무신론 보고서'
서울 종로구 소격동 갤러리현대 신관
내년 1월3일까지 종교에 대한 풍자 담아낸 신작 선보여
  • 등록 2015-12-12 오전 8:58:35

    수정 2015-12-12 오전 11:03:05

진기종 ‘자유의 전사’ (사진=갤러리현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가톨릭 및 개신교에서 말하는 야훼나 이슬람에서 말하는 알라는 같은 신을 칭하는 용어다. 유일신인 하느님은 결국 하나이다. 그러나 인간은 예수와 무함마드를 신격화하고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이라는 이름으로 각기 다른 교리를 주장하며 끊이지 않는 여러 갈등을 빚어내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두 명의 군인이 서로 총을 겨누고 있는 모형이 눈에 띈다. 한 명은 가톨릭 신자이자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미국 최정예 특수부대인 미 해군 네이비실팀(NAVY SEAL TEAM) 6 대원이다. 그는 전투에 나가기 전 한 손에 묵주를 다른 손엔 총을 들고 경건한 모습으로 기도하고 있다.

반대편의 군인은 독실한 이슬람 신자이자 알라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는 지하드(jihad) 전사인 알 카에다(Al-Queda) 부대원이다. 냉전시대의 마스코트인 소련제 AK 47소총과 알라의 요술봉이라는 RPG-7을, 다른 손엔 이슬람 염주를 들고 기도하며 코란을 읊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작품의 제목은 ‘자유의 전사’다.

동시대 사회의 현안에 대한 비판적인 작업으로 유명한 진기종 작가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무신론 보고서’(Atheism Report)를 내년 1월3일까지 개최한다. 2010년 개인전 ‘지구 보고서’(Earth Report)에서는 환경문제를 둘러싼 사회, 정치적 문제들의 연결고리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무신론 보고서’에서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신의 존재라는 다소 진지한 주제를 디오라마, 영상 설치, 조각,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유머러스하면서도 신랄하게 풀어낸다.

‘신을 향한 항해’는 이슬람, 힌두교, 가톨릭, 불교, 개신교 등 5대 종교의 지도자들이 금으로 칠한 초라한 목선을 타고 인류의 구원을 위해 항해를 한다는 설정의 작품. 그러나 이들의 모습은 진정으로 인류를 구원한다기보다 바람에 휘날리는 일종의 허깨비처럼 허망하게 표현했다.

이 외에도 외계인이 지구에 오는 모습을 상상한 ‘UFO의 공격을 받은 슈퍼신의 광장’을 비롯해 미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기 위해 심사를 받던 중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를 담은 ‘2012년 6월 21일, 미대사관’ 등의 작품을 통해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믿음과 기도의 근원 및 우상화된 신에 대하여 되짚어본다.

진 작가는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 2006’의 최연소 작가로 선정된 이후 2009년 오스트리아 린츠의 퀴베 비엔날레를 비롯해 2009년 터키 이스탄불미술관, 2010년 독일 보훔미술관,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2013년 삼성미술관 리움, 2014년 로마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진 작가의 작품들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진기종 ‘신을 향한 항해’(사진=갤러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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