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맞는 애널리스트들 "우리도 멘붕입니다"

만도, 갑작스레 계열사 지원결정..액토즈소프트도 기습공시
주주 아닌 대주주 이익 우선시하면 장기간 신뢰회복 어려워
  • 등록 2013-04-16 오전 9:20:00

    수정 2013-04-16 오전 9:20:00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당사의 예측과 상이한 결과다.”(조수홍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여서 주가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채희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주가상승을 위해선 신뢰성 회복이 우선이다.”(임은영 동부증권 애널리스트)

만도(060980)가 지난 12일 장 마감 후 자회사인 마이스터 주식 3786억원 어치를 취득한다는 사실을 공시한 후 애널리스트들의 반응이다. 부실한 모회사를 지원하는 내용의 기습공시 후 주가는 당연히 급락했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만도의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의 원망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만도의 사례처럼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상장기업으로부터 뒤통수를 맞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해당 기업의 가치를 평가해 투자의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하는 애널리스트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결정들은 당혹스러움 그 자체다. 설마했던 일이 벌어지면 기존 가치평가의 틀 자체가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경고 신호를 주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크다.

지난해 말 출시한 모바일 게임 ‘밀리언아서’로 호평받던 액토즈소프트도 기습증자 발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액토즈소프트는 만도와 같은 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88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공시 후 주가는 급락세를 탔다.

공교롭게도 LIG투자증권은 공시 당일 아침 분석보고서를 통해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이날 보고서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 투자자들은 액토즈소프트 경영진은 물론 애널리스트에 대한 원망도 생길 법한 사안이다. 정대호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습적인 결정이었다”며 “주가희석과 투자심리 위축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GS건설(006360)도 실적 쇼크로 투자자는 물론 애널리스트의 속을 까맣게 태웠다. 애널리스트들은 뒤늦게 투자의견을 낮추고, 목표가를 반토막 수준으로 낮췄지만 투자자들의 손실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물론 높은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들이 예기치 못한 다양한 변수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애널리스트들에겐 정확한 분석에 근거해 투자의견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론 주주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해당 기업들의 결정이 아쉽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는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며 “기존 주주의 희생을 강요하거나 주주보다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면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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