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분홍빛 환한 색상의 샌들 한 짝. 현실에서 접해보지 못한 샌들이다. 이렇게 화려한 색상의 샌들은 소비자가 부담스러워 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그래서 만들어내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강렬한 색상을 입은, 마틴의 작품 속 ‘샌들’은 실제 샌들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다른 한편으로는 촌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70년대 시골 장터에서 보던 원색 고무 슬리퍼를 연상케 한다. 그 때 보았던 노랑, 연두, 보라, 빨강 슬리퍼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어렸을 적 내가 살던 마을에 한 할머니가 시골 5일 시장에서 슬리퍼를 사면 늘 짝짝이로 사온다. 그래서 “슬리퍼를 사려면, OO댁이 최고!”라는 돌림노래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영국의 개념미술 화가 마이클 크레이그-마틴(Michael Craig-Martin)은 일상의 물건들을 소재로 한다. “의자, 전구, 신발, 커피포트, 유리잔, 소화기, 수갑 등등...” 그는 몇 개의 단순한 선과 순도 높은 원색을 사용해 일상의 흔한 물건들을 특별하고 매력적인 대상으로 바꾸어 놓는다. 관객은 현실에서 접하지 못한 새로움과 진기함을 느끼게 된다. 일종의 ‘비틀기’와 ‘낯설게 하기’이다. 팝 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이 자신의 작품 ‘마를린 먼로’, ‘코카콜라’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향락주의와 소비지상주의를 일깨웠던 것처럼.
마틴은 의자나 신발과 같은 일상적 물건이 마를린 먼로보다 더 유명하다고 여긴다. 그는 이러한 평범한 물건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표현’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이어 “이런 물건을 그리는 선들이 작가의 우아하고, 시적이고,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제 1세대 영국 개념미술의 대표주자 마틴(1941년생)의 개인전이 서울 청담동 피케엠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2월 26일부터 3월 3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평면화 20점과 대형 벽화 1점이 소개된다.
마틴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미국 예일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후 1960년경부터 유럽에서 활동했으며,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 교수로 재임하며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한 ‘영국의 젊은 예술가 그룹’의 작가들을 지도함으로써 영국현대미술의 비약적 발전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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