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1조 하이브리드債 상환 `비상`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국민은행이 5년 전 발행한 1조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상환 요구로 비상이 걸렸다.
 
국민은행은 연말 이후 상환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자기자본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 KB금융(105560)지주 소속 국민은행의 하이브리드채권과 관련해 상환을 요구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 기사는 20일 09시10분 실시간 금융경제 뉴스 터미널 `이데일리 마켓포인트`에 출고됐습니다. 이데일리 마켓포인트를 이용하시면 이데일리의 고급기사를 미리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이 지난 2003년 세 차례에 걸쳐 발행한 총 1조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상환을 연기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불만이 제기된 것이다. (관련기사 참조☞2008.06.23 국민銀 1조 하이브리드債 콜행사 연기)


만기가 30년에 달하는 하이브리드채에는 5년 후 은행이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붙였는데, 옵션 행사시기가 지난 6월과 8월, 10월에 돌아왔었다.

당시 발행한 하이브리드채권 금리는 연 6.0~7.0%로 최근 장기채에 비해서 낮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유지하고 싶어하는 반면 투자자들은 자금회수를 원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민원 처리 방식에 따라 소비자와의 분쟁 조정을 위해 협의하고 있다"면서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은행측에 있기 때문에 옵션 미행사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투자자들에게 가입당시 5년째 상환할 것처럼 설명하는 등의 불완전 판매가 있었는지가 검토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6월 하이브리드채권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일단 6개월간 미뤄놓은 상태로, 다음 달에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에 국민은행이 하이브리드 채권을 조기 상환키로 결정한다면, 연말에 1051억원에 이어 내년 2월 5333억5500만원, 내년 4월 2651억6800만원 등 9036억2300만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가게 된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0.6%포인트 가량 낮아질 수 있는 규모다.

하이브리드채권은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면서도 만기가 30년으로 길어 주식과 같이 기본자본(Tier I)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이다.

국민은행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후순위채권 발행으로 BIS 자기자본비율이 9월말 기준 9.76%에서 10%대로 회복됐으며 기본자본비율의 경우 9.14%로 국내 은행권 중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일부 조기 상환 하더라도 연말에 BIS 자기자본비율이 11% 넘는 것은 문제없다"면서 "내년 시장 상황에 따라 차환 발행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외환은행(004940)은 지난 5월 콜옵션 행사가 가능한 2500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에 대해 1년간 상환을 연기했고, 신한금융(055550)지주 소속 신한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각각 2700억원, 2300억원의 하이브리드채권을 5년만에 조기상환한 바 있다.

▶ 관련기사 ◀
☞KB자산운용 펀드 판매사들 "법적대응 검토"
☞`KB자산운용 부동산펀드` 소송으로 치닫나
☞은행업, 건설위주 부실여신 계속 증가..`중립`-H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