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종합화학, 사우디 사빅과 합작…폴리에틸렌 시장 공략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SK(003600)종합화학이 메이저 화학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SABIC)과 손잡고 글로벌 폴리에틸렌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SK종합화학과 사빅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넥슬렌’ 생산 및 판매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 협상을 완료하고 출범식을 개최했다고 5일 밝혔다. 국내 기업이 세계 2위 화학기업인 사빅과 합작을 성사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넥슬렌은 SK종합화학이 개발한 고성능 폴리에틸렌의 브랜드명으로, 고부가 필름과 자동차 및 신발 내장재, 케이블 피복 등에 사용된다.

양사는 50대 50의 비율로 출자해 자산 710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 SSNC를 싱가포르에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종합화학은 울산 넥슬렌 공장(연산 23만t) 자산을 SSNC에 현물 출자하고, 사빅으로부터 5400억원의 현금을 지원받는다. SSNC는 현재 상업 생산 중인 울산 공장에 이어 수년 내에 사우디에 두번째 공장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특히 SK종합화학의 기술력과 사빅의 글로벌 마케팅 역량이 결합하면서 고성능 폴리에틸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다우케미칼과 엑손모빌, 일본 미쓰이 등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SK종합화학 입장에서는 폴리에틸렌의 원료인 에틸렌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사빅은 세계 1위 에틸렌 생산업체다.

이번 합작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최태원 SK 회장도 큰 힘을 보탰다. 최 회장은 지난 2011년 3월 중동을 방문했을 당시 모하메드 알 마디 사빅 전 부회장을 만나 폴리에틸렌 분야의 전략적 제휴를 제안했다. 이후 최 회장은 다보스포럼과 중국 보아오포럼 등에서 알 마디 전 부회장을 만나 공을 들였고, 양사 실무진은 4년 간의 협상 끝에 최종 결실을 맺게 됐다. 현재 수감 중인 최 회장은 합작 성사 직후 알 마디 전 부회장에게 직접 서신을 보내 환영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은 “넥슬렌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양사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며 “앞으로도 고부가가치 화학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왼쪽)과 압둘라만 알 파기 사빅 부사장이 지난 3일 SK서린사옥에서 열린 넥슬렌 합작법인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종합화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