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절한 금융이야기’에서는 이케아가 아닌 이케아를 둘러싼 카드사들의 이야기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외국계 대형 유통업체를 잡기 위한 카드사들의 치열한 경쟁을 말이죠.
먼저 이케아를 말하기에 앞서, 외국계 대형 유통사로서 먼저 자리를 잡은 코스트코를 먼저 얘기해보겠습니다. 1994년 한국에 상륙한 코스트코는 카드결제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금과 수표로만 물건을 결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코스트코가 카드결제를 시작한 것이 6년 후인 2000년의 일입니다. 코스트코는 1국가 1카드사 정책을 펴고 있어 선점한 카드사가 있다는 것은 다른 카드사는 더이상 코스트코와 계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다른 카드사들은 그 사실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시 한창 우리나라 대형 유통업계가 급성장하고 있었던 반면 코스트코보다 먼저 한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까르푸, 월마트 등 외국계 유통업체는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창고형 마트를 내세운 코스트코 역시 한국 소비자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참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고 회상합니다.
물론 그 굳건한 밀월관계에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정확히 5년 전인 2010년 삼성카드와의 독점계약 만료를 2개월 앞두고 코스트코는 각 카드사에 경쟁입찰을 알리는 공문을 보냅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삼성카드는 물론이고 기회를 노리던 현대·신한·비씨카드사가 제안서를 제출했죠. 그러나 최종 승리는 삼성카드에 돌아갔습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사실 경쟁입찰은 삼성카드에 대한 코스트코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할리우드 액션’에 가까웠다”며 “한 번 만들어진 독점 계약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당시 느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만약 한 번 더 코스트코가 경쟁입찰을 한다면 제안서를 낼 것 같냐”라는 질문에 “안 낼 이유는 없다”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얘기겠지요.
국내 카드사들도 이 같은 사실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실제 신한카드는 이케아와 단독으로 무이자할부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에 따른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보통 무이자할부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때 가맹점이 7, 카드사가 3 정도의 부담을 지는 것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국내 카드사가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지만 이케아 쪽에서는 아직 이런 협력을 제휴카드까지 확대하는 것은 고려치 않고 있습니다. 이케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글로벌 본사의 지침에 따라 제휴카드를 만드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혹자는 이케아의 이 같은 지침을 신용카드 산업이 발달된 미국과 그렇지 않은 유럽과의 문화 차이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