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대면 대박'..녹십자, 일동제약 투자로 480억 수익

일동제약 지분 확대 이후 주가 38%↑
적대적 M&A 가시권..지분 매각시 수백억 확보
  • 등록 2014-01-23 오전 8:47:48

    수정 2014-01-23 오전 8:56:16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녹십자(006280)의 지분 투자 이후 일동제약(000230)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녹십자가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 지분 확대로 일동제약의 경영권 참여도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고, 주식을 팔더라도 짭짤한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일동제약의 종가는 1만6450원으로 녹십자가 주식 매입을 발표한 지난 16일 종가 1만1900원보다 38.2% 올랐다. 녹십자의 지분 확대 이후 일동제약은 두 번의 상한가를 기록하며 급등했다. 녹십자는 녹십자홀딩스, 녹십자셀 등과 함께 일동제약의 지분 735만9773주(29.36%)를 확보하며 일동제약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녹십자 등의 일동제약 지분 투자 현황(단위: 원, %), ※일동제약 22일 종가 1만6450원.
22일 종가 기준으로 녹십자가 보유한 일동제약의 지분 가치는 1211억원. 지난 2012년부터 총 738억원을 투입, 2년새 벌써 64.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단순 투자로 시작한 녹십자의 행보가 이젠 일동제약까지 삼킬 수 있게 됐다.

일동제약으로선 최대 위기다. 윤원영 회장이 공들여 지켜온 경영권을 자칫 녹십자에 빼길수 있는 상황이다.

일동제약 측은 오는 24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라는 강수를 택했지만,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인 지주회사 전환 안건은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녹십자는 지분율을 늘리며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시도하거나 현재의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일동제약과 우호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등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다. 일동제약 또한 경영권 사수를 위해 추가적인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앞으로 양사간의 지분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녹십자의 투자 능력은 이미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녹십자는 지난 2012년부터 동아제약의 지분을 4.2% 매입했고 지난해 동아제약의 분할 이후 대부분 매각했는데 이때 200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지난 2012년 5월 150억원을 투자한 이노셀(현재 녹십자셀)의 주식 가치는 603억원(258만1755주X2만3350원)으로 1년 8개월만에 4배로 뛰었다. 녹십자는 2003년 1600억원에 인수한 대신생명(현재 녹십자생명)을 8년 후 현대자동차에 2283억원에 팔기도 했다. 경남제약 인수(210억원)와 매각(245억원)을 통해 35억원의 수익을 남기기도 했다.

녹십자가 이번에 일동제약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는 데 든 436억원 중 374억원은 외환은행과 씨티은행으로부터 차입한 돈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일동제약은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투자를 시작했다”면서 “앞으로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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