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찾은 1만2341㎡ 규모 질뫼늪 주변에는 사람은 물론 동물의 진입을 막기 위한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다. 해발 1056m 고지대에 위치한 이 습지 안에서는 삿갓사초 등 식물들이 누런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다만 주변 목장 조성 과정에서 심어진 큰조아재비와 같은 목초류와 솔이끼류만이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질뫼늪에서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1시간쯤 북서쪽으로 이동하면 자연상태 그대로의 '소황병산늪'이 있다. 1971년부터 출입이 통제된 터라 수풀과 잡목이 무성하다.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소황병산늪의 주인은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키가 작은 관목 사초, 만병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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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가치가 부각된 습지들
오대산 습지는 질뫼늪, 소황병산늪, 조개동늪 등 3곳에 분포하고 있다. 이들 습지는 최근에 가치가 부각돼, 지난 10월13일 람사르 협약 습지로 동시에 등록됐다. 질뫼늪과 소황병산늪은 지난 1월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질뫼늪과 '같은 번지'에 위치한 소황병산늪은 2300㎡로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해발 1170m의 오지에 있어 이탄(낙엽이나 습지대의 풀 등이 지표 근처에 퇴적해 생화학적으로 탄화한 것)이 보존된 덕분에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만병초, 나도제비난, 함북사초, 눈개승마, 미꾸리낚시, 장구채, 마타리 등 121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탄층의 깊이는 최고 86㎝, 평균 53㎝로, 사람 발목까지 빠져드는 전형적인 고원습지 형태다.
조개동늪은 강원도 홍천군 내면 명개리 산1번지 오대산 신배령 남동쪽 4㎞ 지점 조개동계곡 옆에 있다. 해발 600m에 있으며 올해 조사에서 면적이 7761㎡로 측정됐다. 조개동늪은 산지 계곡을 따라 형성된 습지로 전체의 33%에 걸친 갈대군락이 특징이다. 작은황새풀을 비롯해 애기앉은부채, 쉬땅나무, 참조팝나무, 처녀치마, 야광나무, 투구꽃 등 97종의 식물이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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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밀 조사와 보호대책 서둘러야
질뫼늪은 2004년 6월 국립공원 측이 보호시설을 설치하기 전까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소들이 들어가 물을 먹고 풀을 뜯어 먹던 목장으로 사용돼 왔다. 요즘 들어 자연적으로 복원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조개동늪도 1960년대 초까지 주민들이 논농사를 짓던 곳이었다. 이 역시 논으로 사용되던 습지가 복원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학술·생태적 가치를 갖고 있다. 반면 소황병산늪은 백두대간의 깊은 산속에 위치해 원시적 형태의 고원습지가 보존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오대산 습지들에 대한 정밀 조사와 보호대책은 초보적 수준이다. 오대산국립공원은 올해 들어서야 식물상 조사를 마쳤다.
한국자생식물원 김영철 희귀멸종위기식물연구실장은 "한반도 습지의 가치를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인 만큼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뫼늪과 소황병산늪은 영동고속도로 횡계IC에서 대관령 삼양목장 방향으로 가면 나온다. 조개동늪은 홍천군 내면에서 평창군 진부면을 잇는 446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국립공원 내면분소에서 차량과 도보로 40분 정도 더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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