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밀양 성폭행 사건 관련 영상뿐만 아니라 과거 모든 영상을 유튜브에서 내리고 채널명도 바꿨던 나락 보관소는 8일 일부를 복구한 뒤 해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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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피해자 남동생에게도 연락이 왔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피해자 남동생은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니 공론화시키는 쪽이 맞다’고 말씀하셨다”며 “저는 이에 동조했고 누나를 설득시켜달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가 피해자 여동생의 메일을 무시한 게 맞다. 제 욕심으로 비롯된 것이니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이후 남동생과 소통했고 피해자와 공론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마무리 지었다”고 했다.
나락 보관소는 “피해자들에 ‘허락’을 맡았다고 제가 커뮤니티에 글을 쓴 이후 피해자 여동생이 글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들의 요청이 있었다’라는 언급을 수정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때 저는 글을 수정했지만 정확한 워딩이 생각나지 않아 글을 어정쩡하게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지원 단체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5일 “나락 보관소가 ‘피해자 가족 측과 직접 메일로 대화 나눴고 44명 모두 공개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상태’라고 쓴 공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나락 보관소는 “피해자 여동생과 남동생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라며 메일을 보냈지만 연락이 두절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때부터 영상 업로드를 계속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여러 댓글을 읽었고 피해자 동의 없이 (가해자를 공개)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결국 피해자 여동생에게 왔던 메일을 열어보고 트라우마로 인한 것이 얼마나 힘들 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됐다. 제가 ‘피해자들이 간곡히 이야기를 했다’(고 밝힌) 것은 이 부분에 해당한다”고 해명했다.
국민적 공분을 등에 업고 이어진 나락 보관소의 ‘사적 제재’가 단순 조회 수 경쟁이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 본질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나락 보관소는 댓글을 통해 “수익은 달달한 게 맞다. 솔직히 난 수익 없이 노딱(노란딱지) 붙어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 못 믿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전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지도, 경청하지도, 반영하지도 않았던 유튜브 ‘나락 보관소’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다”며 “유튜브 콘텐츠를 위해 피해자가 희생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나락 보관소는 전날 오후 “밀양 피해자분들과 긴밀한 이야기를 나눴다. 피해자분들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 제가 제작한 밀양 관련 영상들도 전부 내렸다”며 “구독도 취소 부탁 드리겠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단체는 “피해자분들은 지난 5일 이후 해당 유튜버와 소통한 바 없다”며 “5일 피해자들은 나락 보관소에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 신상정보 공개에) 동의했다는 내용을 내려달라’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5일 오후까지 피해자들의 요청이 반영되지 않자 피해자들은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상의 후 당일 밤 9시 30분께 보도자료를 배부하게 됐다”고 했다.
단체는 언론을 향해서도 “무분별한 보도 경쟁을 자제해주시기 바란다”면서 “향후 피해자의 자발적이고 진정한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그 어떤 제3자에 의한 공론화도 피해자의 안녕과 안전에 앞설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남경찰청은 이날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5건의 고소장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고소인들은 해당 유튜브 채널이 당사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개인 신상을 공개해 명예가 훼손됐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인 중에는 가해자로 지목돼 직장에서 해고된 남성과 가해자의 여자친구라고 잘못 알려진 여성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밀양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월 밀양 지역 고등학생들이 울산에 있는 여중생 자매를 1년간 집단 성폭행했으나, 사건에 가담한 44명 중 형사 처벌을 받은 가해자는 0명이란 사실이 알려지며 지금까지도 대중의 분노를 사고 있다.